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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세평]‘지방대육성특별법’ 미룰 수 없다
[신문로세평]‘지방대육성특별법’ 미룰 수 없다
  • 교수신문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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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2 17:07:34
지난 해 12월 27일 교육부는 지방대 육성에 대한 종합대책이 담긴 지방대육성특별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한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적령인구 감소, 정원확대, 경쟁력 약화로 空洞化 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대 문제는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후 전국 7개지역 지방대 총장대표들은 국회입법을 위해 ‘지방대학육성특별 법률안’을 마련, 지난 10월 23일 국회에서 총장 82명, 전문대학장 1백10명 등 교수 4백50명이 모인 가운데 공청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만섭 국회의장, 한화갑 최고위원, 강재섭 부총재를 비롯한 당의 중역들이 참여해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논의함으로써 이제 이 법안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는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이 법안의 취지는 지방대를 살리자는 데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방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방의 고교졸업자들이 대거 서울과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태를 감안할 때 올해도 지방의 우수학생과 부유층자녀는 모두 서울로 빠져나갈 것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매년 6만명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재학기간을 6년으로 잡을 때 6조원의 자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인재의 유출에 대한 자금의 유출, 자금의 유출에 따른 지방경제의 몰락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대학 재학생들의 자퇴와 편입 등 이탈현상까지 겹쳐 지방대육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지방대학들이 맞고 있는 이러한 위기는 지방의 위기와 연계돼 지방민의 심각한 사기저하를 초래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방대생들은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수도권으로 가기보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전문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 온 학생들이다. 특히 대학이 특성화되면서 이들 학생들은 자신이 진학한 대학에서 전국 최고의 교육을 받아왔다. 잡무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대 교수들의 연구력도 뛰어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만 하더라도 전자전기공학이나 의학과는 전국 최고의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취업현실에서 지방대학 졸업자라는 이유만으로 홀대를 받는 상항이 계속된다면 지방대학의 학생들이 겪게 될 실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서울공화국’은 지방의 인재와 자본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이다. 그 동안 정부가 ‘지방경제를 살린다’, ‘지방대학을 육성한다’는 구호 아래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실효성은 없었다. 지방은 더욱 황폐해지고 서울의 집중은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대학의 활성화 요구에 대한 다양한 요구들이 지방대의 자구책 노력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폄하하는 근시안적 태도이다. 목이 말라 가슴을 쥐어뜯으며 갈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물을 줄 생각을 않고, 체력보강에 대한 주문만 해서는 안된다.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움직이는 유기체적 관계이다. 한쪽의 기능이 부실하거나, 동맥경화가 일어나면 국가 전체가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지금,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천연자원이나 물적 자원이 아니라 인적 자원이다. 따라서 인재를 육성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수도권의 과밀을 막고 국가산업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인재배출의 거점인 지방대학을 살려야 한다.

곧 의원입법형태로 발의될 ‘지방대육성특별법’은 지방대학의 위축을 막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고질적인 중앙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이 특별법 속에는 첫째 대통령직속의 지방대학육성위원회 설치, 둘째 인재지역할당제의 시행, 셋째 지방대학 재정지원, 넷째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법안의 목적은 경쟁력없는 지방대학을 살리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지고 나아가 나라가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이 경제위기가 있을 때 어떻게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지를 관심있게 살펴야 한다. 첫째는 재정정책이고, 둘째는 교육정책이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지방의 침체는 더욱 심각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이제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당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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