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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공식출범한 교수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
해설 : 공식출범한 교수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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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2 17:05:12
대학교육 정상화와 교권옹호라는 대의를 확보하고 출범한 교수노조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길이 확 트인 것만은 아니다. ‘교수가 노동자’냐는 신분문제에서부터 현실적으로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관계법령 문제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즐비하다. 교수노조의 출범과 이후 진로를 전망했다.

준비과정
교수들의 노조활동은 지난 10일 출범한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9년 전교조 합법화 투쟁 당시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교수 5백50여명이 전교조 대학위원회에 조합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1천5백여명의 교사들을 해직하면서도 교수들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이 가능하기에 노동운동도 광범위한 정치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징계하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수노조는 교수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학관련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결성됐다는 측면에서 전교조 대학위원회 활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교수노조 결성은 교육당국이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 계약제·연봉제 등을 도입함으로써 교육위기와 교원신분 불안을 조장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교수노조의 필요성은 90년대 초반부터 일부교수들에 의해 제기돼 왔으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가 1999년 교수노조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2000년 연구팀을 꾸리면서 본격화 됐다. 이후 2001년 3월부터 발기인 모집에 들어간 교수노조(준)는 발기인 대회를 가진 이후 단 7개월만에 노조를 출범시켰다.

합법화 전망
이론적으로 교수노조 합법화는 세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우선 교수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66조와 사립학교법 55조를 개정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교원노조법에 대학교수를 포함시키는 방법. 마지막으로 위와 별도로 대학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는 방안이다.

교수노조는 2002년 상반기에 결성되는 공무원 노조와 공조, 관계법령을 개정해 합법화하는 방법이 가장 가능성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수노조는 공무원 노조와 함께 교원의 노동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와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합법화 시기
현재 정부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전교조 출범당시처럼 강경한 자세는 아니다. ‘시기상조론’을 앞세우고 있는 교육부도 최종결정은 노사정 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공을 미뤄놓고 있는 상태.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국안정을 바라는 현 정부로서는 공무원노조와 교수노조를 불법화함으로써 반발을 껴안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공무원노조 합법화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도 합법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노사정 위원회는 지난 5일 교수노조의 합법화 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합법화 전망
한편, 교수노조는 본괘도에 올라서기 위해 한국사회 안팎의 보이지 않는 걸림돌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다’고 생각하는 대학사회 일각의 보수성과 ‘교수들의 집단이기주의’라고 폄하 하는 보수언론의 장벽이 법 조항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또한 개별적인 연구활동 성향이 강한 교수들은 대중조직으로 흡수하는 것도 관건이다. 최철호 전교조 조직실장은 “교수들의 특성상 전교조의 확산사례가 교수노조에도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적 공익성을 앞세워 교수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인터뷰 : 황상익 교수노조 초대위원장
△교수사회 내부에서도 ‘교수가 노동자인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교조도 설립당시에는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노동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교수노조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노조가 이익집단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익추구가 전부여서는 안된다. 노조활동에는 공익성과 공공성이 기반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노동운동과 사회민주화운동의 정책적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합법화된 전교조도 교육정책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해 협상할 수 없다면 반쪽짜리 노조일 수밖에 없다. 대학정책, 학술정책도 교수들과 연관관계에 있으므로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노조가 합법화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원자화된 개인에서 교수들끼리 연계되면서 조직적인 지형이 달라진다. 사립대학 운영자들이 극구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학 분규가 벌어져도 교수노조가 개입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약력 : 서울대 의학박사. 서울대 의과대 교수(醫史學).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 선언·강령·지침 제정위원. 남북보건의료연구회 회장.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운영소위원장.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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