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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되풀이…성공한 학위 검증시스템 없다
잊을만 하면 되풀이…성공한 학위 검증시스템 없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9.0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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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_ ‘학위검증’ 변천사

학위위조 사건에서 시작돼 비인증대학 미국박사학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차원의 학위검증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학위검증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8월 석·박사 학위 논문 대작소가 검찰에 적발됐다. 주로 명문대 특수대학원생 출신인 33명이 논문 대필을 의뢰해 학위를 취득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가운데는 회사대표, 지방의회의원, 은행지점장, 교육위 장학관, 전문대 강사, 고교교사 등이 포함돼 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대학과 교수들은 “대필한 논문을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첫 적발땐 기관 판단능력  ‘도외시’
1994년 7월, 필리핀 국립대의 가짜 경영학 박사학위를 5만9천원에 산 사람이 정부출연연구소에 공채된 것이 발각됐다. 가짜 학위기가 정부 산하 기관의 취업에 사용됐지만 개인의 사기행위로 간주돼 연구소 차원의 학위 진위 여부 판단 능력은 문제되지 않았다.
1995년 7월, 故 동완 전 고려대 교수는 교수신문에 ‘러시아 칸지다트 학위가 남발되고 있어 귄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고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학위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1999년 3월, 사설 음악학원이 미국 소재 대학의 분교과정을 불법으로 개설해 고등학교, 전문대 음악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2~4년 과정의 교육만으로 50여명에게 학위를 내줬다. 국내 대학들은 이들의 학위에 따라 석사과정 입학을 허용했다. ‘임마뉴엘 음악원’사건 이후로 교육부는 ‘학위기를 제출 받은 회사나 대학이 이를 검증할 책임이 있다’고 처음 밝혔다.
2003년 1월, 2001년부터 학술진흥재단(학진)에 신고된 외국 박사학위 논문 1천818편 가운데 한글로 작성된 논문이 7.4%인 135편에 달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 중 일부는 후진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의 학위공장에서 학위를 받아 ‘학위세탁’으로 불렸다. 사건이 불거지자 부패방지위원회는 이 해 1월 28일 학진 박사학위자 2만5천명 가운데 복수 학위자 58명에 대해 표본조사를 실시한 뒤, ‘외국박사 인증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정부는 이때부터 학문분야별 외국학위인증위원회를 구성, 외국학위에 대한 국가적 인증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교육부는 2003년까지 학진을 통해 신고된 외국 박사학위의 진위여부, 정규과정을 통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위조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신분을 공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교육부는 “학진 신고 제도를 개선해 가짜 외국 박사를 가려내기 위한 국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사건이 진정되자 유야무야됐다.

2003년 비로소 DB 구축
2005년 4월, 초등학교와 어학원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일해 온 미국인이 위조된 미국 대학 학위증으로 취업한 사건이 드러났다. 가짜 학위증은 10장당 500~600달러에 위조, 유통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들에게 대해서도 학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3월, 러시아 음대의 국내 분교를 위장한 음악원이 연간 10일 정도 수업을 하고 가짜 석·박사 학위를 내어준 사건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에게서 학위를 받은 120여명을 적발했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이와 관련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 했다. 정부가 직접 주요 국가 대학들의 학위운영체계를 조사, 검증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외국 박사학위 신고자격을 영어 또는 해당국 언어 논문 작성자로 제한 △국문으로 작성된 논문에 대해서는 신고 거절 △학진에 학위검증을 위한 상설 심의위원회 설치 △민원이나 이의가 제기된 학위에 대해 조사·심의 △문제 학위관련 정보 제공을 요지로 하는 개선안을 냈다. 또 △박사학위 관련 정보 △각국 학위제도 및 공인여부 △외국 박사 학위 취득 정보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학에 교수채용에 학위논문의 자체 심의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육부 “학위검증시스템 도입” 발표
올해, 신정아 전교수 사건으로 불거진 논란이 문화예술계 학력 위조 사건으로, 또 비인증 대학 미국박사로 번졌다. 국회 교육위 유기홍 의원이 미국 박사 학위자의 5.6%에 달하는 237명의 학위가 비인증 대학 학위라고 밝힌데 이어, 교수신문이 지난달 24일 비인증 대학의 학위를 받은 교수가 27명이라고 보도하자, 검찰은 현직 교수 20여명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교육위 안민석 의원은 교육부가 박사학위 신고자의 신고내용과 적격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허위 또는 부정사실이 밝혀지면 신고사항을 취소토록 하자는 취지의 고등교육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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