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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연구기관 도약…아시아 교육연구 메카 목표”
“교육정책 연구기관 도약…아시아 교육연구 메카 목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7.08.2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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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35주년 맞은 한국교육개발원 고형일 원장 인터뷰

지난 1972년 설립된 한국교육개발원은 오는 8월 30일, 창립 35주년을 맞는다. 초·중등 교육발전 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곳은 그동안 교육방송, 직업교육, 교육과정 분야를 총괄해오다 하나씩 분화시킨 뒤에 교육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제 ‘아시아의 교육연구 허브’를 꿈꾸는 한국교육개발원은 국제교육협력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러시아대학 학부교육 현장을 보고 놀랐다. 학부교육을 고등학교 식으로 철저히 시키더라.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려면 학부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연구도 잘 할 수 있다.”

러시아 교육아카데미와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막 돌아온 고형일 한국교육개발원장(사진)을 지난 22일 만났다.

고 원장은 학부교육 정상화를 대학교육정책의 첫 번째 과제로 꼽는다. 이를 위해 교수들도 교육·연구트랙으로 나눠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평가도 이에 따르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 원장은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개발원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믿는다. 입시제도 개선차원이 아니라 입시문제 해결을 위해 고등교육정책이든 평생교육정책이든 모든 정책을 ‘입시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대학서열 완화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고, 대학서열 완화를 위해서도 학부교육 충실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 교육개발원의 35년 역사를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교육개발원은 6~70년대 경제개발 추진을 위한 핵심 연구기관의 하나로 1972년 설립됐습니다. 설립 당시의 주된 임무는 당시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초중등학교의 교육을 체계화하고 과학화하는 것이었고, 10여 년에 걸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각 부문의 분화 발전이 심화되면서 교육개발원의 위상과 역할에서도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설립 당시부터 핵심 기능으로 수행해 오던 교육방송이 90년대 초반 독립기관으로 분리되었고, 1997~1998년에는 교육공학 부문이 교육학술정보원으로, 직업교육 부문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으로, 교육과정 부문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각각 분화되었습니다. 대신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정책 전문연구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면서 이후 학점은행제와 평생교육센터, 그리고 국가교육통계센터의 기능을 새롭게 수임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개발원은 이제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직도 산업사회의 틀에 안주해 있는 교육제도를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하도록 바꾸어내야 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교육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장단기 발전계획이 있습니까.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교육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연구·사업의 상호 연계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역량을 강화시켜 왔습니다. 이제 낙후된 교육여건과 낡은 관행을 고쳐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시야를 넓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아시아 교육연구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기반을 구축해 우선 아시아 교육연구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 교육통계센터를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처럼 세계적 기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있는데요. 센터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개선과제는 무엇입니까.
“통계정보 수집에서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이 전산화돼 정보인프라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모든 조사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며, 자동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집계, 검증, 가공되어 발간자료집 형태의 인쇄물까지 자동으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정보는 PDF, HTML, EXEL 등 다양한 미디어의 형태로 웹서비스 시스템에 탑재될 뿐만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원시데이터로부터 원하는 정보의 형태로 추출할 수 있는 맞춤형 OLAP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과 예산의 안정성 측면과 통계조사 및 분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선진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OECD 주요국에서는 기본적인 통계조사 이외에도 현안통계, 사회교육통계, 학업성취도통계, 정보화통계, 국제통계 등 다양한 통계가 분야별로 전문화된 조직에 의해 조사·분석되고 있으며, 조사 방식에서도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를 병행하는 등 다양성과 전문성 측면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예산이 지원되고, 전문화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교육개발원을 중심으로 교육통계의 추진체계가 집중되고 있고, 교육부의 조직 개편, 사회통계혁신방안 추진 등 통계발전을 위한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교육통계 발전이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 ‘대학정보공시제’ 본격 시행에 따른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대학가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계십니까.
“교육개발원은 시범운영 전담기관으로서 시범운영을 2단계로 구분해 1단계(07.7~12)에서는 학교종류별·설립별 정보공시의 기본모형을 수립하고 시범운영 대학별 자체계획 수립 및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고, 2단계(08.1~6)에서는 대학정보공시제 운영 시스템을 마련하고 공시정보의 검증과 협력체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교육개발원은 제도적·기술적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원하는 동시에 시범운영 10개 대학을 통해 대학정보공시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학서열이 밝혀질 것이며, 각 대학은 자신의 서열 변화를 위해 지금보다는 가르침과 연구에 더욱 피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 원장님이 생각하는 교육개발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육개발원의 핵심적인 역할은 입시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몇몇 대학에만 가려고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모든 정책이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어우러져야 합니다. 입시문제는 교육부 대학학무국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평생교육, 고등교육정책도 연계가 돼야 합니다. 핵심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책방향을 모으고 각 부서가 연계해 추진해야 합니다. 서로 연계가 안 되면 입시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무엇입니까.
“입시문제는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내신, 수능, 논술 등)과 대학서열체제 유동화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대학서열체제는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한다면서 더 경직돼 있는데 시험전형만 바꾼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대학서열체제를 더 완화하는 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교육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연구경쟁력을 가진 대학도 학부교육을 잘 해야 가능합니다.”

△ 과거 고등교육정책의 성과와 한계,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개선과제도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1980년대 이후 단기간에 고등교육기회의 확대를 통해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이 가능한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양적 팽창과 선발경쟁에 치우친 나머지 대학은 기존의 서열구조에 안착함으로써 세계적 대학으로서의 투자와 노력을 소홀히 해왔습니다. 지금껏 대학이 교육보다는 우수학생 유치 위주로 운영되어 왔다면, 이제는 선발경쟁 보다는 ‘교수·학습을 중요시하는 대학의 질 경쟁’에 신경을 써야 할 때입니다. 고등교육의 질 보장 또는 인증의 필요성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둘째, 높은 대학 진학률에 비해 성인들의 고등교육참여율은 크게 낮습니다. 이는 대학이 학령기 학생 모집에만 치우친 결과로,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이 극심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성인의 고등교육 기회를 통한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령기 때 좋은 대학 입학에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히 고령사회가 되면서 평생학습과 성인재교육을 위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지므로, 성인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되, 졸업시점의 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셋째, 4년제 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등의 구분이 있지만, 특성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해 전공불일치, 기술 불일치 등으로 인한 고학력 실업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고등교육 기관의 특성화 및 산·학 협력을 통해 대학과 노동시장의 연계 강화 및 취업률 제고가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대학 살리기를 통한 지역경제 및 사회의 균형발전 전략이 요청됩니다.”

△ 대학 및 교수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근래에 대학과 교수사회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부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느슨한 학사운영으로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연구자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현 단계 한국 대학교육의 핵심은 학부교육의 강화와 교수의 역량 증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하는 말은 대학과 교수사회는 시야를 멀리, 넓게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연구나 교육 활동을 수행할 때,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할 때 ‘나’ 중심, ‘우리 대학’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전체 체제와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고려하고,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지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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