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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보는 눈, 차이와 연대의 변증법
현대사회를 보는 눈, 차이와 연대의 변증법
  • 교수신문
  • 승인 2007.08.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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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차이와 연대> 나종식 지음 | 길 | 2007

이번에 출간된 나종석의 <차이와 연대. 현대 세계와 헤겔의 사회 정치철학>(도서출판 길. 2007)은 헤겔 <법철학>에 관한 저자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분량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모두 670쪽에 이른다) 헤겔의 사회 정치철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쟁점에 관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비교 분석하고 저자의 입장까지 제시하고 있어 헤겔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먼저 오해와 비판으로부터 헤겔 변증법의 핵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채택하자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차이와 연대의 변증법, 또는  ‘상호주관적 공동체 철학’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상으로는 소유권 문제, 형벌이론, 도덕성과 인륜성의 문제, 시민사회론, 국제 관계와 전쟁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으나, 형식적으로 보면 헤겔 <법철학>의 목차(추상법-도덕-인륜성)를 따르고 있다.
제1장에서는 헤겔에 대한 비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함으로써 헤겔 사회 정치철학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제2장과 3장에서는 <추상법>에 관한 내용으로 헤겔의 소유이론과 형벌론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특히 헤겔의 사적 소유이론이 현대적인 맥락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사적 소유의 인정과 장자 상속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모순이 있고, 사적 소유로 발생하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법적인 우연성으로 간과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빈곤의 문제를 다루는 제7장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도덕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칸트 윤리학에 대한 헤겔의 비판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칸트에 대한 헤겔의 비판때문에 칸트의 윤리학과 헤겔의 실천철학을 대립적으로 보려는 해석에는 반대한다. 칸트와 헤겔은 모두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헤겔은 칸트의 자율성의 이념을 다른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보편주의적 윤리학이 ‘정치적 윤리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5장은 <인륜성>의 첫 부분인 가족에 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헤겔의 가족이론은 근대적인 핵가족을 기반으로 하며 핵가족을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헤겔의 가족이론도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헤겔이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적 주체로 인정하면서 여성에게 결혼 선택의 자유 및 이혼의 권리 그리고 재산 상속권을 주장했다는 점은 근대적이다. 그러나 헤겔의 가족이론은 남성 중심적 가부장주의이다.
저자는 그 이유로 남성과 여성의 지적인 특성을 생물학적 차이에서 끌어내고 있다는 점, 여성이 지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여성을 공적 활동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제7장부터 제9장까지는 <시민사회>에 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제7장 ‘시민사회와 빈곤의 문제’에서는 제2장에서 언급되었던 빈곤의 원인과 해결책을 담고 있다. 시민사회는 다양한 경제적 욕구들이 충돌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적 빈곤을 낳는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상호인정을 통해 사회적 욕구로 지양된다. 저자는 인정투쟁과 인간의 욕망의 상호 공속성에 관한 통찰을 헤겔의 업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노동의 기계화와 소외 문제를 다루면서 헤겔이 제시한 노동의 교양적 측면이 현대 사회의 소외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저자는 빈곤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측면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헤겔의 주장에 주목한다. 따라서 빈곤 문제는 경제적인 부조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없다.
저자는 특히 직업단체의 역할에 주목하는데, 직업단체의 사회적인 자정능력 때문이다. 이런 능력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도 시민들의 자율성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사회복지국가 모델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제9장에서 저자는 시민사회를 “국가와 개인 사이를 매개하는 자발적 시민들이 다양한 형태의 결사체로 활동하는 공간”으로 규정한다. 시민사회는 시장을 포괄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공간이다. 저자의 이같은 생각은 이 책의 제목이 왜 <차이와 연대>인지를 보여준다. “분화된 삶의 영역들을 허용하면서도 자율적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사체들과 직업단체들 그리고 공적 여론 및 의회 제도를 매개로 해서 인륜적인 공동체로서 이해되는 국가의 보편적 연대성을 형성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헤겔의 정치철학의 근본과제이기 때문이다.
제10장 정치적 공동체와 자유에서는 헤겔의 절대정신의 철학이 상호주관성의 이론을 포함하는 것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되어 있으며, 마지막 제11장에서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대한 헤겔의 비판과 헤겔의 전쟁관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저자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야심차다. 세계화의 문제, 환경위기의 문제, 분단문제, 사회 양극화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이혼률과 자살률의 증가와 같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의 와해 문제를 저자는 차이와 연대의 변증법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각 장마다 헤겔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논의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저자의 차이와 연대의 개념이 헤겔의 변증법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좀더 자세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는 절대정신과 상호주관성의 관계에 대한 정치한 논의와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법철학>에 대한 상세한 논의와 함께 참고문헌에 사회 정치 철학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자료를 싣고 있어 헤겔 <법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헤겔 철학의 중요한 쟁점에 관한 저자의 견해는 헤겔 철학을 현대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극훈 / 강원대 철학과 강사


동국대에서 ‘사회적 이성의 측면에서 본 헤겔 이성 개념의 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이성의 복권>, <가다머가 들려주는 선입견 이야기>가 있으며, 논문으로 ‘도덕성과 인륜성’, ‘의식의 경험과 사회적 이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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