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21명의 지역총장들로 구성된 특별법 추진위원회는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법 입법추진 공청회’를 갖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4백여명의 정·관계인사들이 행사장을 빼곡이 메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총장들이 정기국회에 특별법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국회의원들의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그래선지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지방대 총·학장 1백70여명이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했고, 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 강재섭 한나라당 부총재 등 정치권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대 육성이 국가 경쟁력 제고”
주제발표는 ‘지방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으로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맡았고, 토론은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엄영석 동아대 총장, 이광진 충남대 총장, 장명수 우석대 총장, 윤석용 주성대 학장이 맡았다.
윤덕홍 총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방대는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수와 편입학 제도로 인한 학생유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가중되고 있고, 재정난 또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면서 “이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소 위헌의 여지를 감안하더라도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방대 육성은 곧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단초이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건”이라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창달 의원은 “지방대의 현실적 어려움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없지 않다”면서 “현실적인 법안이 상정돼야 한다”고 밝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기국회 제출에 앞서 이날 공개된 지방대학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크게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첫째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정책추진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대학육성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그 실무를 담당할 ‘지방대육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시적으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한다는 것. 네 번째는 지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지방대 교수와 학생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대에 행·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법안의 내용 중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지역인재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지역인재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채용목표제. 사법시험과 5급 공개경쟁시험 및 기타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향후 5년이내에 전체합격자 수의 50%까지를 지방대 학생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방대 졸업자의 균등한 취업기회 보장을 위해 정부는 공·사기업이 직원 신규채용시 기업대표에게 해당연도 졸업생 수에 비례해 지방대 졸업생 취업을 권장할 수 있다는 규정도 명문화했다. 그러나 이는 역차별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도 없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지방대 교수들과 관련해서는 정부기관의 자문위원 및 연구위원 위촉시 30%이상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입법, 가능할 것인가
총장들은 이날 공청회 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정치권을 상대로 한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입법 추진위 대표를 맡고 있는 윤덕홍 총장은 “총·학장들이 직접 지역출신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몇몇 지역 출신 의원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입법 가능성은 희망적”이라고 내다봤다. 총장들이 입법 추진시기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둔 올 정기국회로 삼은 것도 입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그러나 입법 가능성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특별법이 위헌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인재지역할당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인재의 지역간 균등등용 촉진법안’도 수 년전 국회에 제출됐지만 위헌 소지를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또한 여겲煞@ 극한 대립으로 민생법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정치권 형편도 악재이긴 마찬가지이다.
이점에서 지방대 총장들이 어렵게 마련한 이번 특별법은 이번 정기국회가 순탄하게 진행되느냐 파행을 맞느냐에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특별법(안)의 주요내용
특별회계
- 지방대 육성계획 지원위한 특별 재원
- 매 회계연도 정부 일반회계 세출예산 총액의 5% 배정
채용목표제
- 지방 출신 우수인재 지역사회 기여 기회 마련
- 사법시험 등 국가고시에서 지방대 학생 일정비율 배정
-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전체 합격자 수의 50까지 확대
- 합격 후 5년간 해당지역 근무 의무화
교수지원
- 국가 지원 연구비, 지방교수 수에 비례해 혜택 부여
- 정부기관 자문·연구위원 위촉시 지방대 교수 등 30% 이상 참여 보장
대학지원
- 지방자치 단체 실험실습 시설 및 설비 연구활동 경비 보조
- 대학은 지역특성 부응할 수 있도록 특성화
기 타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지방대 육성계획 수립 추진
- 대통령 직속 지방대육성위원회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