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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교육부 발표 대학교원현황의 허구
[진단] 교육부 발표 대학교원현황의 허구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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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1 09:36:37
이 달 초 확정·발표된 올해 ‘교원현황 조사결과’를 두고 대학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과 한해 사이에 교원확보율이 200%이상 급증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전체 교수 수는 증가했음에도 확보율은 오히려 지난해 보다 낮아진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교원확보율과 교원 1인당 학생 수 산정방식을 ‘편제정원’ 기준에서 ‘재학생’ 기준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산정기준 변경으로 예원대는 올해 교원확보율(초빙교원 포함)이 87.5%에서 291.7%로 무려 204.2%가 높아졌고, 영산원불교대는 175.0%에서 350.0%로(175.0% 증가), 가천의과대는 354.2%에서 500.0%로 (145.8% 증가) 각각 증가했다. 반면 서울대는 85.5%에서 77.9%로 7.6%가 낮아졌고, 서울산업대는 44.2%에서 41.4%로(2.7% 감소), 고려대는 58.1%에서 55.7%로(2.4% 감소) 각각 감소했다.

대학간 교원확보율이 산정방식 변경이후 이렇듯 심하게 등락을 보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재학생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정원 외 모집을 늘려 편제정원보다 재학생 수가 많아진 대학은 확보율이 떨어지게 되고, 학생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오히려 상승하게 되는 것. 산정기준의 변경으로 전체 68개 대학이 교원확보율이 10%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교원확보율은 교육부나 여타 대학평가기관들이 교육·연구여건을 가늠하는 우선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 대학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일부 대학이 각종 평가에 즈음해 대규모로 교수를 채용하고 있는 것도 교원확보율을 끌어 올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학들은 올해 교수를 새롭게 충원하지 않고서도 톡톡한 이득을 보게 된 셈이다.

교육부가 밝힌 기준 변경이유는 현실적인 교육여건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휴학생 수가 늘어나는 형편에서 편제정원을 교원확보율 산정 근거로 삼는 것은 각 대학의 정확한 교육여건을 평가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교육부 설명대로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편제정원은 대학이 그에 따른 교육여건을 갖추겠다는 약속하에서 신청한다. 당연히 교원·교지·교사의 확보는 대학의 의무사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학생 기준으로 삼을 경우 대학이 기본적인 책무를 지키지 않고도, 예컨대 교수를 충원하지 않고도 교육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둔갑하는 현상이 빚어진다. 결국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교육부가 책임을 방기한 채 오히려 대학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이와 관련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양적성장에만 급급해 무턱대고 정원을 늘리기에만 골몰하는 대학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재학생을 기준으로 교육여건을 판단하는 것은 대학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정원미달 사태를 맡고 있는 대학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교육여건 개선법은 편제정원을 줄이는 것”이라고 고집했다.

또 하나 예상되는 문제점은 이것이 교수를 퇴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 년째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재학생을 기준으로 삼을 때 교수확보율은 크게 높아진다. 그럴 경우 어려운 재정난을 이유로 교수확보율을 일정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남아도는 교수를 퇴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교원확보율이 크게 상승한 대학들

가 야 대 26.0% 54.8% 28.8%
경 동 대 38.7% 73.8% 35.1%
남 부 대 58.1% 120.0% 61.9%
대 불 대 30.1% 50.9% 20.8%
동 양 대 38.7% 58.8% 20.1%
동 해 대 60.8% 163.8% 103.0%
명 신 대 66.7% 222.2% 155.6%
서 남 대 50.3% 85.2% 34.9%
예 원 대 87.5% 291.7% 204.2%
탐 라 대 50.0% 86.4% 36.4%
한일장신대 31.3% 58.3% 27.0%
경 운 대 60.2% 98.2% 38.0%
영 산 대 46.5% 70.4% 23.9%
초 당 대 32.3% 61.7% 29.4%
한 려 대 43.7% 93.2%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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