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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수용자 요구 파악’ 분주…일부는 낙관론도
‘미래 수용자 요구 파악’ 분주…일부는 낙관론도
  • 교수신문
  • 승인 2007.07.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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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UCC에 대한 영국 방송계·학계의 위기의식

영국의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공중파 방송국들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UCC라고 알려진 수용자가 만든 프로그램(User-generated content 혹은 User-created content)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대표적 상업방송, 학생대상 에세이 공모전
최초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방송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책과 같은 전통적인 대중매체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신문과 책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우리 곁에 건재하다.
그리고 한때는 신문을 위협하는 ‘뉴미디어의 총아’였던 텔레비전은 이제 대대적인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터넷 매체의 폭발적인 진화로 가능해진 기술적인 가능성과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이 텔레비전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먼저 영국의 대표적인 상업방송 중 하나인 채널 4(Channel 4)는 올해 3월에 영국의 시청자위원회인 <청취자와 시청자의 목소리>(Voice of the Listener and Viewer) 와 함께 학생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을 열었다.
에세이의 논제는 “오늘날의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핵심은 수용자가 콘텐츠 제작자가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또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하시오”다. 간단명료한 주제이지만 방송계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흔히 유튜브(YouTube), 페이스북(FaceBook)(우리나라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이다) 세대로 불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을 기획한 것은 지피지기 백전백승 격의 접근법인 것 같다. 지금 학생들이야 말로 이 주제에 대해서 가장 관심이 있고 이런 인터넷 공간의 영향력이나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채널 4의 간판 앵커인 존 스노우(Jon Snow)를 중심으로 구성된 심사단이 5백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지는 에세이 수상작 두 편을 곧 선정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어떤 신선하고도 날카로운 분석이 나올지 기대된다.

BBC, UGC 연구 프로젝트 공모
BBC는 좀 더 체계적으로 수용자 제작 프로그램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온 BBC는 올해 초 예술 및 인문학 연구위원회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UGC 연구 프로젝트를 공모했다.
이 프로젝트는 “AHRC/BBC 지식교환 프로그램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인데, 카디프 대학의 저널리즘, 미디어, 문화연구학과 연구팀의 기획서가 채택되어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 지식교환 프로그램은 어린이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BBC 라디오 청취자가 온라인 게시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BBC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보관해야 할 자료는 어떤 것인가 등의 주제로 소규모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초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한발 앞서서 미래의 수용자를 미리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이해하겠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이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 때문에 비판을 받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유지해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BBC의 UGC에 대한 입장은 영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위협을 받았던 사진이나 책의 가치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예를 들면 BBC1의 이사인 피터 핀참(Peter Fincham)은 지난해 10월 왕립 텔레비전협회에서 “BBC1- 위험, 창의성, 도전 그리고 수용자”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핀참은 주문형영상 비디오 서비스를 전자레인지 요리에 비유했다.
그는 “VOD는 (마치 전자레인지 요리처럼) 바쁜 현대 생활에 어울리지만 요리의 맛을 개선시키지는 못하며 수용자가 제작한 프로그램(User-generated content)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전문가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기존의 텔레비전이 여전히 주류임을 천명했다.
학계의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핀참의 이런 관점을 뒷받침할지 아니면 BBC가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UGC를 끌어안아야 할지 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제갈춘기 / 영국통신원·카디프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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