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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권자가 책임져야…학진 신고도 허술
임용권자가 책임져야…학진 신고도 허술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7.1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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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도마에 오른 박사학위 검증체계 실효성

신정아 동국대 교수 사건이 대학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외국박사학위 진위 검증체계가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정부차원의 박사학위 검증체계는 학술진흥재단(학진)내 ‘외국박사학위검증을위한심의위원회(심의위)’가 맡고 있다. 학진은 △학위 소지자의 신고 △신고에 따른 확인 △신고필증 발행 업무를 하고 있다.
학진 심의위는 2006년 3월 국내 몇 대학의 음대 교수·강사들이 러시아 극동국립예술아카데미에서 가짜 석·박사학위를 산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 졌다. 교육부는 그 해 4월 ‘외국허위·부실박사학위선별강화계획’에 따라 훈령을 개정해 심의위를 만들었다. 외국박사학위를 가진 국내 대학교수 11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2006년 7월부터 현재까지 1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외국 박사학위의 신고필증을 발행해 왔다. 신 교수는 이보다 앞선 2005년 9월 임용돼 이곳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
학진 박사학위 신고는 의무사항이지만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는 권고사항이 되고 있다. 학진 관계자는 “학진 연구비를 신청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연구인력정보에 등록해야하며, 이 때 학위사항이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일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신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진의 신고필증 배부는 그러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를 했다’는 점을 확인하는 절차이므로 검증체계라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학진 측은 박사학위 검증체계를 ‘인증제’로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신고 된 해외 박사학위 정보를 미국대학교육인가협회(CHEA), 호주학력인증기관(NOOSR), 뉴질랜드학력평가원(NZQA)등의 해외기관과 정보와 비교해 박사학위의 진위를 가려 인증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진위여부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낸다. 유럽의 경우 ‘박사’라는 학위의 종류만 60여 가지에 이르고, 전 세계에 산재한 학위시스템을 종합해 국가가 학위의 진위를 판단, 인증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또 “국가가 학위를 통제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만용이며 어리숙한 처신”이라고 꼬집는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외국박사학위 지원자의 지도교수와 대학관계자로부터 추천서를 받고 이에 대해 응답을 해주는 것이나 인물에 대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피어리뷰 등이다.
교무처장으로 1백50여여 명에 달하는 교수를 채용한 경력이 있는 김 모 교수는 학진 심의위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무처장으로 있는 동안 한 번도 신고필증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신고필증으로 학위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교수 1명을 채용하는 것은 인건비로만 1인당 15억여 원을 쓰는 큰일인데 동국대가 허술했다. 학위 검증은 임용권자인 대학이 책임지고 신중하게 처리해야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도 학위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지난 4월 26일 미국 MIT대 마를린 존스 입학처장은 자신의 학위를 허위로 기재한 것이 발각돼 사퇴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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