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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강연·외국어 강좌…‘빈틈 없는’ 여름방학
해외석학 강연·외국어 강좌…‘빈틈 없는’ 여름방학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7.1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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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여름방학 교육프로그램 ‘봇물’

대학의 여름방학이 달라지고 있다. 정규학기에도 개설되는 필수·교양 강좌를 적당히 개설해 학생들의 졸업요건 충족을 도와주는 계절학기는 이미 옛날이야기다. 최근 취업난 등으로 교육열이 크게 높아진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여러 대학들이 여름방학 교육프로그램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2년 새 부쩍 늘어난 ‘국제 하계대학(서머스쿨)’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 하계대학은 해외석학들의 수업을 국내 대학에서 국내·외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국경 없는 계절수업’ 프로그램이다.

2004년부터 국제 하계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는 수강생이 2005년 3백50명에서 지난해 1천1백6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뒤 올해는 1천5백명에 이르렀다. 이는 외국인 학생만 들을 수 있었던 강의를 국내 학생들에게도 개방한 데 힘입은 바 크다. 1980년대부터 국제 하계대학을 운영해온 연세대도 지난해 4백35명에서 올해 8백60명으로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 국내 학생들에게 처음 문호를 개방한 올해 한국인 학생 등록자는 1백40명이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교수의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모두에게 해외유학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하계 국제대학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경희대가 지난해 펜실베이니아대와 공동으로 하계 국제대학을 진행한 데 이어 서울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등 여러 대학들이 올해 하계 국제대학을 신설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국제교육기관 관계자는 “국제화 지수가 대학 평가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데다 단기간 투자로 가시적인 성과를 쉽게 낼 수 있어 하계 국제대학이 대학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전했다.

영어 등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강좌도 인기다. 경희대가 2004년 개설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여름방학 4주 코스 ‘LEAP’ 강의가 한 예다. 수강료가 58만5천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어학 전용 강의실에서 경희대 외국인 전임교수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말하기, 듣기, 쓰기를 번갈아가며 가르치고 있어 지원자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4년 개설 당시에는 15명 한 반이었지만 지금은 세 반이다.

아예 3학기제를 도입해 방학 기간을 빈틈없이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다. 한국정보통신대는 1998년 3학기제를 도입해 6월 중순부터 8월초까지를 여름학기로 지정하고 정규학기에 포함시켰다. 여름학기에 학교에 나오지 않으려는 학생은 휴학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이 대학 교학처 임명환 팀장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공백 없이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어 학생들이 졸업하는 데 평균 3년 반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영남대도 올해부터 3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여름방학 기간을 겨냥한 교육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학생들의 요구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인수 경북대 교무처장(생명과학부)는 “딱히 여름방학이 아니라도 학생들이 취업에 도움 되는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은 목소리 또한 높다. 동국대 국제화추진단 관계자는 “국제 하계대학의 경우 정규학기 개설 강좌를 단순히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도 많다”며 “하계대학의 고유한 커리큘럼을 기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경제학과)은 “외국 교수를 불러 강의를 진행하고 영어교육을 늘리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전공 간 토론수업 등 정규학기에 개설하기 힘든 강의도 방학 기간에 많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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