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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학회] 새만금 생명학회
[창립학회] 새만금 생명학회
  • 교수신문
  • 승인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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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0 10:41:19
“새만금 간척 사업은 무관심과 무지, 잘못된 환상과 특정 이해 집단의 허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만금 생명학회(The Korean Society for the Life of Saemangeum) 초대회장 고철환 서울대 교수(해양생물학)가 새만금 간척사업 결정을 뒷받침한 논리들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덧붙인 말이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창립대회를 연 새만금 생명학회는 새만금 간척 사업에 뚜렷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새만금 갯벌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학술 연구와 실천적 사업을 수행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지난 5월 25일 정부는 1999년 5월부터 일년간 진행된 새만금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공동조사 결과와 평가위원회의 평가 내용 등을 일체 무시하고 새만금 간척 사업의 재강행을 결정했다. 이에 고교수는 ‘새만금’이라는 지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술 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수경스님 등과 함께 학회 창립을 제안, 지난 6월부터 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창립총회, 워크샵, 현지답사, 학술대회 등 여러 사업을 준비해왔다.

새만금 생명학회는 단순히 갯벌 생태계를 연구하는 자연과학 분야의 학회가 아니다. 환경사회학, 문화 인류학, 생태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들이 ‘새만금’이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였다. 곽승준(고려대 경제학), 김수일(교원대 생물교육학), 김정욱(서울대 환경계획학), 백낙청(서울대 영문과), 이정전(서울대 환경경제학), 장재연(아주대 의대), 장회익(서울대 물리학),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 진월(동국대 선학) 교수 등 각 분야 100여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새만금 생명학은 일종의 지역학이다. 새만금이라는 국소 지역으로 연구대상을 한정하면서, 자연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적 측면까지 연구하고 살펴본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연구 지역은 좁지만, 다루는 내용의 범위는 한정 없이 넓다. “새만금이라는 대상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떻게 인연을 맺으면서 상호 관련, 상호 작용을 하는지를 모두 기록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역동적인 역사가 거기에 담길 것입니다.” 새만금 생명학에 대한 고교수의 설명이다. 생명학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개발과 기술의 입장에서 새만금이라는 지역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태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왜 새만금인가. “새만금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과 관계들을 살펴보면 한국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주된 관점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교수에 의하면 새만금 간척 사업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착취하며 지배하는지를 드러내준다. 새만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한국의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새만금 간척 사업을 강행하기로 한 농림부의 견해가 단적인 예다. 그동안 농림부는 농업의 관점에서 국토확장의 효과가 있다, 쌀이 모자라다, 쌀은 식량 안보의 의미는 갖는다 등의 주장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관철시켜왔다. 새만금 간척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는 것도 대표적인 주장이다.

고교수는 “인위적으로 34킬로미터나 되는 방조제를 쌓아 호수를 만들면 수질관리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갯벌을 논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한의 서해에서 북한의 서해까지 6천 평방 킬로미터 이상 펼쳐지는 갯벌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문화적 자산이다. 고교수가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갯벌과 새만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정책 결정들이라는 것.

“새만금 간척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우선 많은 이들에게 새만금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만금을 알리는 것 외에도 새만금 생명학회는 방조제 공사 중단의 대안을 찾는 일을 학회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대안을 모색할 때에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그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사실도 지적할만하다. 갯벌 생태계와 주민이 어울린 ‘생명단위’를 존중하면서도 그 외의 새만금 갯벌의 당사자들이 양보하고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현재 새만금 생명학회는 새만금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분석해서 책을 낼 예정이며, 독일과의 공동 연구와 국제 학술 대회를 계획중이기도 하다. 공동연구는 내년 1월 정도에 진행되며, 국제 학술 대회는 내년 3월에 치를 예정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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