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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연구·창업 등 다양…꼼꼼한 전략은 필수
집필·연구·창업 등 다양…꼼꼼한 전략은 필수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6.2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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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_연구년이 바뀌고 있다] 연구년 유형별 사례

전북지역 대학에 근무하는 A 교수.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코넬대로 연구년을 떠나기 1년 전부터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평소 눈여겨본 학자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일이 보냈다. 연구년을 보내기에 좋은 학교와 연구비를 마련해줄 수 있는 기관을 끊임없이 찾아 다녔다. 그는 “연구년은 쉬는 기간이 아니다”며 “연구년을 성공적으로 보내면 몇 년간의 연구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연구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자기 만족감은 물론 대학에서 요구하는 연구년 성과물, 향후 연구계획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년을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해외로 나가는 경우 현지 전문가와의 공동연구에 중점을 두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저서 집필을 위해 자료를 정리한다. “필요를 못 느껴서” 연구년을 신청하지 않은 교수도 있다.

□현지 교수와 교류에 초점
정혜정 전북대 교수(아동주거학과)는 2004년 7월부터 1년 6개월의 연구년 기간 동안 미국에 머물렀다.
정 교수는 대학원 수업 청강, 현지 교수들과 공동 리서치를 했고 논문도 한 편 썼다. 정 교수는 “현지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요구사항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그는 “박사시절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초청해 연구실을 배정받고 회의에 참석했지만 연구나 상담활동에 대한 의무가 뒤따랐다”고 강조했다. 
홍성훈 전북대 교수(경제학과) 역시 현지 교수들과 네트워크를 쌓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홍 교수는 “세미나를 같이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다음에 그 학교에 가는 교수도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준비 없이 와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 다음에 나가는 사람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과)는 2002년 미국으로 연구년을 떠나기 직전 가려던 대학을 급하게 바꾸는 바람에 현지 교수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 군데만 신청을 해놓았다가 취소되는 바람에 교수들과 접촉이 잘 안 됐다”며 “공동연구가 필요하면 일찍부터 현지 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료  정리·관심분야 공부에 몰두
연구년이 학문적 재충전을 위한 시기인 만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성과물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교수도 많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과)는 연구년을 마치고 두 권의 책을 선보였다. 저서 출판에는 연구년 기간에 자료정리가 큰 도움이 됐다. 공 교수는 “연구년은 강의와 행정업무에 따른 부담이 없기 때문에 배우지 못 한 것을 배울 기회였다”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 기존의 연구작업을 정리했다. 많은 교수들이 지금까지 작업한 것을 정리하길 소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서 교수는 로스쿨 교수법에 관심이 많아 버클리대에서 관련 수업을 청강했다. 자신의 전공 수업뿐 아니라 평소 관심 있었던 경제, 정치학 수업에 참석해 미국 대학의 강의법을 살펴봤다.

□“가르치면서 배운다”
연구년 기간에 현지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한 교수들은 강의를 통해 교수평가 제도의 차이를 경험한다.
전도영 서강대 교수(기계공학과)는 2000년 버클리대에서 연구년을 보내는 동안 강의를 맡았다. 전 교수는 “버클리대는 강의평가를 통해 교수들의 점수를 서로 알게 되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강의를 잘하고 못 했는지 반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SCI 등재수로만 교수를 평가하고 강의가 학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등한시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연구년 이후 창업에 나선 사례도 있다. 조원권 우송대 대외부총장(경영학부)은 2001년 산학연구년 기간을 활용해 교육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조 부총장은 “해외 연구활동이나 기관에서 보내주는 연수를 가는 것도 좋지만,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간으로 연구년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연구년, 무조건 필요하진 않아”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임까지 한 번도 연구년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는 누구나 한번쯤 연구년을 보낸다’는 상식을 깬 것이다. 권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안식년 기회를 반납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조영기 경북대 교수(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역시 27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년을 딱 한 번 신청했다. “너무 바빠서 연구년을 보낼 시간이 없었다”는 조 교수는 “연구년 기간에도 부모님을 간병하느라 밤에 논문 준비를 하면서 지냈다”며 웃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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