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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과 공동연구·조직 설립 통해 협력 시도해야
대학들과 공동연구·조직 설립 통해 협력 시도해야
  • 이공래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07.06.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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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_ 한국의 연구기관 진단과 조언

선진국의 많은 우수 연구기관들은 속한 나라의 당면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라는 자긍심을 갖고 자신들이 속한 경제사회의 문제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분석하며, 해결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는 첨단기술지식의 창출과 이전, 벤처기업의 창업 등을 통해 자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꾸준하게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가 자국 산업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설립한 프랑스국립과학원(CNRS)은 응용과학의 실용화를 위한 공학적 기반을 제공하고 융·복합과학을 창출해 프랑스 경제사회의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경제를 리드하고 있는 미국도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 혁신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거대 공공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기관에 거는 기대는 막중하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발전 정책 수단의 하나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했다. 이제는 KIST 이외에 많은 공공연구기관들이 설립돼 있다.
이들 연구기관들이 한국경제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창출하는 혁신경제로 이행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주리라 기대한다.

연구와 교육의 연계 시급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연구와 교육을 분리해 생각하고 있다. 국가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교육과 연구가 분리되고 있어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대학은 교육하는 곳이고, 연구기관은 연구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너무 깊다. 연구기관도 연구를 통해서 교육하고, 대학은 교육하면서 연구를 하는 곳으로 인식해야 올바르다.
최근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과학의 영역을 넘나들 필요가 있는 융·복합 연구에서 연구기관과 대학과의 협력연구는 필수적이다. 연구기관-대학 간 협력연구는 융·복합연구의 강화, 연구 효과성의 증대, 국가 자원 활용 효율성 증대 등을 위해 필요성이 크다. 그러나 양 조직의 문화 차이가 크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사회 전반의 제도적인 장벽이 높아서 실질적으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선진국들은 연구와 교육을 절묘하게 통합해 대학과 연구기관을 마치 하나인 것처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CNRS가 대표적인 예이다. CNRS가 운영하고 있는 1천2백60개 연구소의 90% 이상은 전국의 대학 캠퍼스 내에 골고루 설치되어 있다. 물리적으로 대학과 협력연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연구소는 대학의 교수진, 대학원 학생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대학은 연구소가 갖는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조직간 윈-윈 게임이 가능하다.
미국은 정부가 소유하는 공공연구기관의 경영을 아예 지역의 우수 대학에 장기간 위탁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협력연구를 원활하게 만들고 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분교에 소속되어 있으며, 제트추진연구소는 캘리포니아공대에 소속되어 있다.
이들 연구소는 경영에서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대학과 연구소간 인력이동은 유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소는 대학 소속 우수 학생들과 교수진을 연구진으로 활용할 수 있고, 대학은 연구소가 수행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살아 있는 현장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프랑스 CNRS와 마찬가지로 윈-윈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연구기관과 대학이 공동 연구조직을 설치하고 협력연구를 시도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신규 연구조직을 구성할 때 희망하는 대학이 부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고 연구기관은 프로젝트를 대학에 제공해야 한다. 이럴 경우 각자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수한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애요소를 먼저 극복하고, 정부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양 기관이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료적 연구 분위기 탈피해야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연구기관의 주요 문제는 대개 “경영이 관료적이어서 연구개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연구개발 결과가 산업체에 효과적으로 이전·활용되지 않고 있다” 등이다. 연구기관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구기관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적되고 있는 “관료적 연구 분위기”는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가 보직 지향적인 행태보다는 프로젝트 리더 지향적인 행태를 보이도록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팀이 유연하게 자기 조직화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더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
개별 연구자 평가도 연구업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프로젝트 리더에게 맡겨야 한다. 연구 기관장을 선임할 때 프로젝트 책임 경험을 얼마나 가졌는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한 연구자가 기관 전체의 경영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구기관의 경쟁력은 우수한 프로젝트 리더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창조적인 연구결과를 창출하도록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연구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융·복합 연구가 필요한 프로젝트들은 그 성공여부가 프로젝트 리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의 제트추진연구소는 연구경쟁력 강화전략의 하나로서 정예 프로젝트 리더를 양성하고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체로 연구결과 이전·강화해야
선진국의 우수 연구기관들은 자국 중소기업체로 연구결과를 이전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같은 기초연구 담당 연구기관도 중소기업 컨설팅을 얼마나 하였으며, 기술이전 건수가 어떻고, 스핀오프 창업기업이 어떠하다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성과를 홍보한다. 이런 현상은 기초과학 연구에 오랜 기간을 집중해 온 일본의 이화학연구원이나 프랑스의 CNRS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연구기관들이 왜 이렇게 산업지원 기능에 관심을 가질까. 이는 정부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연구기관 스스로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자각하고 경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구체적인 공적을 쌓고, 또 이를 홍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연구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고급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은 연구기관의 지원을 달갑지 않아 한다. 대기업은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기관과 협력연구의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 인력 및 제약조건을 고려한다면 연구기관이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중소기업 지원이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연구개발 결과가 산업체에 효과적으로 이전·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개선되지 않는 많은 요인 중에 한 가지는 연구기관이 기술이전 사업을 추진할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얻는 일과 연구결과를 산업체에 이전하는 일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이 두 일을 분리해서 추진해야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예컨대 연구결과를 대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라면 전자가 효과적일 것이나, 중소기업체에 이전하는 것이라면 후자가 더 적절하다. 중소기업은 연구사업에 참여해 그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이 연구결과를 소화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이전 업무를 돕는 별도의 자원투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능력이 뒤떨어져 있으므로 연구기관이 성실하고도 진실한 자세로 중소기

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참여해야 하겠다. 정부는 연구기관 연구결과의 중소기업 이전사업을 별도로 정하고 여기에 적절한 자원을 투입함과 아울러 그 효과를 점검해야 하겠다.

이공래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필자는 영국 석세스대에서 ‘산업혁신의 원천: 한국과 일본 공작기계산업의 사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UN CSTD(과학기술개발위원회) 한국대표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다분야 기술융합의 혁신시스템 특성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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