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3:55 (금)
우수신입생·스타교수 모시기 ‘돈의 위력일까’
우수신입생·스타교수 모시기 ‘돈의 위력일까’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6.23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 미국대학의 경영전략

‘대학 경영’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지금, 이제 대학들은 수익사업이 허용되면서 본격적인 경영에 뛰어들 태세다. 기업가 출신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구조개혁을 외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고등교육과 시장의 결합을 30여년 전부터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미국 대학의 경영전략을 소개한 <대학혁신, 마케팅으로 승부하라>(데이비드 커프 지음, 전제아 옮김, 지식의 날개)는 ‘고등교육에서 돈이 직접적으로 위력을 행사하는’ 미국 일류대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1. 우수학생 모시기 ‘웃지못할 사건들’
지난 2002년 봄 프린스턴대 입학처 직원들이 예일대 웹 사이트를 해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킹의 목적은 양교에 동시 합격한 11명의 신상명세서를 얻기 위해서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급감하는 반면 대학은 넘쳐나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교수가 발품을 파는 국내 대학의 현실에 비춰볼 때 프린스턴대 사건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미국 대학들은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영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 행정을 대폭 개편하거나 이름 바꾸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책은 대표적인 사례로 아카디아대(Arcadia University)를 언급한다.
비버 컬리지라는 기존 이름이 지원자에게 어필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자 이들은 브랜드를 반영할 수 있는 이름을 연구했다. 대학 리스트에서 앞부분에 나올 수 있도록 알파벳 앞 글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밴더빌트대(Vanderbilt University)의 우수학생 유치전략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아이비리그와 맞먹는 신입생을 유치하고자 했던 당시 고든 지(Gorden Gee) 총장은 힐렐 하우스(Hillel House)를 개설해 유대교 프로그램을 마련, 유태인 학생들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2.  대학과 스타교수들의 ‘동상이몽’
미국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스타교수 영입에도 공을 들인다. 1970년대 도산 위기에 몰렸던 뉴욕대는 20년 동안 모은 20억 달러를 새로운 시설을 갖추고 교수를 임용하는데 사용했다. 우수한 교수 ‘빼내오기’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뉴욕 타임즈는 1999년 1면 기사로 “컬럼비아대가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를 하버드에서 빼오기 위해 배로에게 거의 모든 것을 약속하고 다섯 명의 교수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장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버드는 뛰어난 학자들을 모아 아프리칸-아메리칸 스터디를 전공하는 학과를 만들었지만 탁월한 아프리칸-아메리칸 철학자 앤소니 에피야(Anthony Appiah)가 하버드에서 프린스턴대로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그러나 “슈퍼스타(유명 교수)들은 대체로 코스모폴리탄이기 때문에 정작 대학 내부 일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즉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가치에 집중하는 일부 교수들과 학내 구성원간의 갈등, 논문을 중시하는 스타교수로 인해 수업 부담이 비전임 교수와 대학원생 조교에게 돌아가는 현실은 비정년트랙 교수가 급증하는 우리 대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객 유치, 학문 주식회사 등 책에 언급된 직설적인 단어를 통해 책은 “여전히 대학이 공공선을 위해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존재임을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대학이 공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왕왕 이용되는 ‘사회적 계급의 이동 가능성을 증진하고 경제발전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기능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는가.
존 섹스턴(John Sexton) 뉴욕대 총장의 말처럼 대학은 “돈이면 모든 것이 통하는 그런 영역이 아닌” 곳이 맞는가. 질문은 한국의 대학에도 유효하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