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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연구 주도 ‘한국식 신기술 차트’ 고안해야
주체적 연구 주도 ‘한국식 신기술 차트’ 고안해야
  • 이재영 / 한동대·기계제어공학부
  • 승인 2007.06.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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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비평] MIT 테크놀로지 리뷰 선정 ‘10대 떠오르는 기술’

해마다 ‘떠오르는 기술(Emerging Technologies) 10선’을 발표해온 MIT 미디어랩은 2007년도 신기술 10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제약분야, 에너지분야,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가 큰 항목들로 구성되어있다. 일례로 광학안테나나 메타물질은 전자계산에서 생명과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응용처를 보여준다. P2P 비디오 기술을 비롯한 몇 개의 기술은 어떻게 △인터넷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의료진단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하며 △디지털 카메라나 의료영상의 화질을 개선하기 위한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약속한다. 나노기술과 관련한 2개 기술은 나노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의 두 개 기술은 정신 관련 질병에 대한 해법과 질병치료의 효율성을 대폭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휴대폰은 이제 그저 휴대폰 카메라를 열기만 하면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척척 알려주는 세상이 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지난 수년간 MIT 미디어랩에서 발표한 ‘떠오르는 기술 10선’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 정보시장, 생명시장, 에너지 환경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IT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경우, 인터넷 환경의 안정화와 영상 분야 등에 MIT가 제안한 신기술을 추적하거나 선도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생명과학 분야는 아직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과 비교되는 연구주제 선점능력
최근 일본 교토대학의 학자들이 피부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제조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는 이 분야가 갖고 있는 치열한 경쟁과 윤리적 건전성을 확보하긴 위한 노력의 일단이다. 나노기술과 관련해 한국의 노력이 더욱 요청되는 상황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반도체공정의 자신감이 이 분야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어야 한다.
올해 ‘떠오르는 기술 10선’에 무엇이 선정되었는지 살펴보자.
▷1위: peer-to-peer Video(P2P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 데이터 전송 기술)=현재 인터넷 정보 교환의 상당한 부하가 영상 정보의 전달에 있다는 점을 고려, 영상 정보 전송에 P2P(Peer-to-peer)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매우 빠르게 대용량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인터넷 트래픽을 대폭 개선하는 기술로 최근 발달하는 UCC의 확대를 지원한다.
▷2위: Nano charging Solar(나노기술 태양전지)=나노기술과 에너지기술의 융합으로서 태양전지의 효율을 대폭 증대해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양자결정점을 활용한다.
▷3위: invisible Revolution/meta material(메타물질을 통한 비가시(非可視) 혁명)=두 개 이상의 물질을 조합해 만든 메타물질로 광학관련 디자인 개선과 저장용량 증대에 크게 기여할 기술로 예상된다.
▷4위: Personalized Medical Monitoring(개인별 의료감시)=개별 환자의 일상적인 의료 진단 자료를 통해 유용한 의료 정보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실수를 줄여줄 수 있다.
▷5위: Single Cell analysis(단일 세포 분석)=세포단위와 단백질 집단과의 차이를 규명하는 기술이다. 세포의 암세포화 전이 여부와 조기 진단 치료에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6위: A new focus of light(새로운 광학 집중기)=나노기술을 이용해 빛 파장의 산란한계를 극복한다. 빛 집중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초정밀 반도체 공정 등에 활용가능성이 있다.
▷7위: neuron control(신경세포제어)=특정 신경 세포만을 제어하는 기술로 뇌와 정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기술이다.
▷8위: nano healing(나노 치료)=나노기술을 이용한 합성물질을 이용해 수술시에 발생하는 출혈을 방지한다. 이 물질은 집도의의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투명해 고정밀 수술을 도울 수 있다.
▷9위: digital imaging(새로운 디지털 영상)=현재 디지털 카메라 영상 정보보다 극히 적은 용량의 정보만으로 원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영상 정보 저장, 통신 분야개선을 위한 중요 발견이 될 것이다.
▷10위: mobile augmented reality(이동형 확장 현실)=정확한 지리정보와 휴대폰을 이용한 정보 연계 기술이다. 어느 곳에서나 휴대폰 카메라만 켜면 지리정보와 부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신기술 차트’ 연구전략 수립에 도움
MIT 미디어랩의 발표는 빌보드 차트처럼 기술의 독특성, 시장 파급효과, 개발 가능성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이 요소 중에는 미국 연구자의 역량도 고려된다. 사실 한국도 이러한 류의 신기술 차트를 만들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신기술을 우리가 랭킹을 매겨 보면 어떨까.
MIT의 선정 순위를 존중해 이를 50%로, 우리는 이것에 한국의 개발 용이도(30%)와 국제 시장 선도도(20%)를 첨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으로 생각된다.
개발 용이도로 본다면 IT 분야는 30점, BT 분야는 15점, 원천 기술 분야는 10점을 배점하고, 수출 시장은 IT, 휴대폰, 디스플레이 분야는 20점, BT 분야는 10점, NT 분야 5점으로 배점하였다. <표>
물론 이런 평가는 주관적인 것으로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으나 결과를 통해 연구의 추진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일예로 우리관점에서 2위가 되는 태양전지의 경우, 우리의 여건 상 다소 부족하더라도 여전히 개발해야 할 중요 항목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경우 모험적 원천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주관적인 결과를 통해 한국 중심의 연구 전략을 수립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전략을 보유할 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 상위 랭킹은 현재 우리의 연구역량과 시장선도성을 고려한 것이므로, 국제적 기업들이 선도해 나가면 된다.
하위의 점수를 기록한 분야에 대하여는 원천 기술의 확보를 위해 연구소와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전략을 던져 준다.
대학은 원리 및 아이디어 발명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연구소는 발명이 산업화 되도록 혁신하는 혁신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기업은 혁신적 기업가로서 역할 분담할 수 있도록 연구주제를 구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연구주제 선정 지원도 ‘실패에서 배워야’
연구그룹들 간의 역할 조정과 생산적 진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시장주도형 기술 수요를 원천기술 개발자에게 끊임없이 계몽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원천기술 개발자와 사업자 간의 컨소시엄을 통한 단기적 국책연구로 선진국 기술에 대한 추적연구에 성공한 뒤, 창의적인 개선과 신기술과 공정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국가 연구개발기금과 대학에 부여되는 공적 자금 등도 ‘80대 20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20%정도는 실패를 전제로 해 과감하고 모험적인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구체계는 모험적 연구를 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마다 성과지표 100% 달성을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이렇게 모든 연구가 성공을 했다면, 지금쯤 대단한 일이 벌어져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미국과의 국제 공동연구 평가자 경험이 있다. 양국의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양국 평가자가 의견을 개진하고 최종적으로 연구의 지속과 중단을 결정하는 일이다.
평가대상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 어느 여 교수가 3년간 진행한 연구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3년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8가지의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론은 모두 실패였다.
이 연구는 당연히 중단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미국 측 평가위원은 모두가 “이 문제는 너무 어려운 것이고, 우리는 8가지 방법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고 하면서 지속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은 연구결과는 명확하나 그 의미와 파급효과가 작은 것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중단을 선언했다.
연구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주체의 철학과 실력이 한국기술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떠오르는 미래 기술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연구 문화의 성숙과 더불어 전략적인 연구기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재영 / 한동대·기계제어공학부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핵증기 발생기의 열수력, 화학분석을 위한 수치적, 물리적 기초에 대한 고찰’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저서로는 <포스트 모던 시대, 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2006> 등이 있다. 현재 한동대 글로벌 에디슨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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