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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자살테러, 무엇이 다를까
꿀벌과 자살테러, 무엇이 다를까
  • 교수신문
  • 승인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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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30 14:54:45

동물의 언어로 말하면 꿀벌을 빼놓을 수 없다. 척후병들이 벌집에 돌아오면 엉덩이를 흔들며 ‘스텝’을 밟아나가는데 이때 태양과의 각도와 춤의 지속시간으로 꽃물을 지닌 나무들이 어느 방향, 얼마만한 거리에 있는지를 다른 벌들에게 알려준다. 독일의 칼 폰 프리쉬는 이러한 꿀벌의 정교한 언어를 밝힌 공노로 197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꿀벌은 자기의 집단을 살리기 위해 온갖 利他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침입자가 나타나면 물고 뜯고 하지만 침을 쏘아 마침내 죽고 만다. 침이 빠지지 않아 결국 복부 파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학원생 윌리엄 해밀튼은 1964년에 벌에서 왜 이토록 극단적인 이타행동이 발달하였는가 그리고 사실은 그것이 자기 유전자 번식을 위한 극도의 이기주의 행동임을 유전학적으로 증명하여 동물행동학을 과학의 반석위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최근 자살 테러가 일어나 온 인류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6천명 이상이 일시에 목숨을 잃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간 탈레반에 연일 폭격을 가하고 있다. 무서운 것은 이 일이 자칫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종교전쟁 또는 문명충돌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대해석을 꺼리는 사람도 있으나 이슬람과 기독교간에는 11~13세기의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 그 후 근동과 유고에서 계속 혹독한 분쟁이 일어났다. 같은 기독교내에서도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죽이고 박해한 사실을 16~17세기의 종교전쟁들과 현재 북아일랜드 등 현대사에서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과연 종교는 불행으로 얼룩진 인간의 마지막 구원인가 아니면 한손엔 은총과 자애를, 다른 손에는 배타와 살육의 증오를 담은 두 얼굴의 믿음인가.

세계에는 약 10만 개의 종교가 있다고 한다. 단지 유일신의 고급 종교가 몇 개 있을 뿐이다. 종교의 발생과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특히 초기 종교들은 인간의 장수, 풍요로운 땅과 곡식, 재해의 방지 그리고 전쟁에서의 승리 등 순전히 현세적인 보답을 구해 초자연적인 존재를 추앙하면서 생겨났다. 신자들의 소망에 부응한 종파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사라졌다. 이것은 막스 베버의 주장인데 이는 마치 생물계에서 일어나는 진화과정과 비슷하다. 이러한 종교의 기원에 대해서는 생물학적인 설명도 있다. 다름 아닌 사회생물학의 입장이다.

즉 집단 구성원 사이에 상호협동성 즉 同調가 약하면 그 사회는 소멸하고, 협동이 잘 되는 사회는 단결을 모르는 이기적인 구성원들의 집단을 누르면서 우세하게 된다. 즉 동조성 유전자를 많이 갖는 사회는 환경에 잘 적응하여 조직의 능률을 높이고 그 결과 영토확장과 번식을 통해 동조성 유전자를 빨리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실상 이 유전자는 곧 이타성 유전자에 다름 아니며 자신의 희생을 통해 집단을 살리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원리에서 만약 종교가 사회를 약화시키고 환경파괴를 조장하고 또는 수명단축이나 번식장애를 일으키면 그 설교가 아무리 훌륭하고 감동적이라 해도 쇠퇴하고 만다. 다시 말해 종교의 기원과 발전은 마치 생물종의 진화처럼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른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론의 대표적인 주자로서 하바드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그의 책 ‘사회생물학의 새로운 종합’(1975)에서 ‘종교는 그 실체 대부분이 허위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회에서 그 사회를 움직이는 추진력이 되고 있는 것은 자못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니체가 말한 대로 인간은 알기보다 오히려 믿으려 하고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보다는 오히려 허무일지라도 목적을 갖고자 하는 것일까. 혹은 옥스퍼드대학의 리차드 도킨스의 말처럼 신은 인간의 문화 환경속에서 높은 생존적 가치와 강한 침투력을 가진 문화적 단위 즉 ‘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의 진화생물학은 신화와 종교를 인간의 뇌라는 기관속에서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적 존재로 밖에 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동물과 인간사이에는 본능과 문화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자주 보는 자살테러와 종교전쟁은 꿀벌의 이타적인 듯 하면서 그토록 이기적인 자살공격과 과연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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