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05 (금)
[진보담론과 지식인]“진보담론 약화·지식인 규율화”
[진보담론과 지식인]“진보담론 약화·지식인 규율화”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6.11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 지상중계<3>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던 지식인과 권력의 관계는 1987년 이후 어떻게 변화했을까? 김원 서강대 연구교수(사회과학연구소)는 87년 이후 현재까지 진보적 지식 담론의 변화 과정을 지식과 권력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90년대 진보적 학문공동체 균열

김 교수에 따르면 87년 전후로 지식인의 사회혁명 선구자적 역할은 더 강화됐다. 당시 진보적 학문공동체는 국내 대학원 소장 학자군을 중심으로 보수적 학계에 맞서는 대학 외부의 학문공동체이자 실천운동집단으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기에서 생산된 담론은 지식인이 민중의 삶과 현실을 자기 방식대로 ‘공동체’ 관념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서 특정한 국면에서 갑자기 파괴될 수 있는 불안정성을 띠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0년대 이후 저항적 지식인상은 균열되기 시작해 사회주의권 붕괴 후 학술운동 진영의 담론은 자기반성, 교조성 비판, 개방성 등을 표방했다.

김 교수는 “진보진영의 내부분화에 따라 학문공동체의 분화·균열 또한 심화됐던 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결정적인 변화를 야기했던 것은 1998년 경제위기와 김대중 정권의 지식정책 변화”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주도로 제기된 ‘신지식인’이라는 지식인상은 시장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 생산자였으며, 이러한 신지식인론은 그동안 진보적 학문공동체가 지향하던 비판적 이성이 거세된 ‘전문가로서의 지식인’을 양성하는 거시적 사회기획이었다.

김 교수는 “특히 이에 따른 대학사회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학 내 구조조정 △경영마인드를 지닌 CEO총장 도입 △사회봉사, 발전기금 모금실적, 취업알선 실적 등 일거수일투족이 점수화되는 대학교원평가가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진보적 학문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쳐 △진보적 지식인을 포함하는 지식인의 정권 참여 가시화 △진보적 학술단체 약화 △국가권력에 의한 지식인의 규율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학진 연구비 지원 정치적 효과 내장

특히 지식인 규율화와 관련해 김 교수는 “대형 프로젝트와 연구비는 지식사회를 신자유주의적 시장반응형 연구인력으로 규율화하는 사회적 기획이었으며 이 한가운데에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지식사회의 ‘대부’로 자리잡은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진등재지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논문식 글쓰기’가 논쟁의 소멸을 야기하는 등 학진의 연구비 지원정책이 높은 정치적 효과를 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보적 지식공동체의 약화·제도화에 대한 대안으로 ‘수유+너머’와 ‘자율평론(다중네트워크)’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공동체에 대해 “조직화하되 제도화되지 않는 지적인 실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