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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이후 매년 줄어 올해부터 ‘월 20만원’
91년 이후 매년 줄어 올해부터 ‘월 20만원’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6.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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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교수 연구비 비과세 비율 축소

교수가 받는 연구보조비(연구비)를 둘러싼 세제논란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연구비에 대한 비과세 비율이 낮아지면서 교수들의 연구의욕이 저하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조세형평을 위해 대학 교원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연구비 비과세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으로 보여 연구비 세제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소재 사립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A 부교수는 지난달 급여 중 2백82만8천원을 연구비로 받았다(근무연수에 따른 연구비 보너스 포함). 총 급여의 48%를 차지하는 연구비에는 기본 연구비와 교재개발연구비가 포함돼 있다. A 교수가 지난 1991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액수의 연구비를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그는 1991년 연구비 2백82만8천원 중 1백41만4천원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당시 연구보조비 비과세제도에 따라 50%의 비과세 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003년 비과세 비율은 20%로 낮아져 56만5천6백원이 비과세 된다. 지난해 비과세 비율은 5%였기 때문에 A 교수는 2백82만8천원에서 14만1천4백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부터는 매달 2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연구보조비 비과세를 올해부터 월 20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교육기관의 교원이 받는 연구비 비과세 비율과 같다. 교수 연구비 비과세는 지난 1991년부터 동법 시행령에 의해 매년 축소 적용해 왔다.
연구비에는 급여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연구보조비 이외에도 발주기관(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연구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과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해 받는 착수금이 있다. A 교수는 최근 연구공모에 응하지 않아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 반면 이공계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발주기관의 지원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구비는 억 단위로 올라가기도 하지만 비과세는 동일하게 월 20만원이 적용된다.

“월20만원 비과세 너무 적다”
교수 연구보조비 과세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0년 의대교수들에게 지급한 연구비가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전국 대학부속병원은 관행으로 의대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지급했다. 이후 지급증빙(사용명세서, 연구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연구비를 대학교에서 지급하는 임상연구비로 전환해 50%를 과세했고 타 직종과 조세형평에 맞춘다는 원칙에서 연구비 비과세 범위를 점차 축소해 온 것이다. 
이에 대해 “교수는 연구는 물론 교재구입, 자료수집과 관련한 비용 일체를 급여에서 충당하는데 월 20만원의 비과세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재임용 심사 등에서 연구실적을 중시하는 반면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연구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말이다. 
이들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최소 7년 이상의 시간과 경비의 투자 필요 △재임용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 활동 수행 △매년 최소 1, 2편 이상의 논문을 대가 없이 발표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하는 점 등을 비과세 비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한 교수는 “연구실적으로 인해 탈락하는 교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비과세 비율을 대폭 낮춘 것은 교수들더러 연구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수에게 연구는 가장 중요한 의무인데, 초·중등 교원과 같은 비과세 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도 한국사학진흥재단 학교경영지원팀장은 “대학교수는 초·중등 교원보다 연구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게 사실”이라며 “필요경비를 인정해야 하는 만큼 조세당국의 처사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너무 적다” vs “조세 형평성 어긋나”
송동섭 단국대 재무처장(회계학과)은 “초·중등 교원의 연구비 비과세 비율을 높여야한다”며 “교수 연구비 비과세 비율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처장은 지난 4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세미나에서 ‘교수 연구지원금 세제해설’을 주제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송 처장은 “비과세 비율을 조세형평과 실질과세라는 획일적 잣대만을 사용해 적용한다면 연구의욕 저하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조세저항 및 추가 재정수요 유발에 따른 등록금 인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진 외국 대학은 교수 연구비 지원을 늘려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 대학과의 우수교원 확보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전국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회(회장 이기형 성균관대 예산기획팀)는 지난달 연구비 비과세 비율을 지난해 수준인 5%로 보장해 달라는 의견서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기형 회장은 “실질소득 감소분을 학교가 보전하면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5% 비과세 비율을 살리는 게 좋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책 연구기관도 월 20만원의 비과세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대학 교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조세형평에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전반적인 재정 여건상 비과세를 감면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률이 OECD 가운데 가장 낮다. 불유불급한 비과세 감면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교수들은 연구비 세제문제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한 이공계 교수는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면 연구비로 1백억원씩 받기도 하지만 비과세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과제가 많으면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세무학회 차원에서 비과세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지만, 세무전문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교수가 조세문제에 무관심한 와중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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