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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간호학이 예술인 것은
[學而思]간호학이 예술인 것은
  • 교수신문
  • 승인 2007.06.0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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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을 지망하던 60년대의 우리나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좁은 땅에서 많은 양의 수확 을 거둘 수 있는 농업기술 개발이 시급한 과제였다. 나도 농대에 가서 그런 연구자의 길을 가 볼까
생각해본 일도 있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가까운 지방 의과대학을 지원하라고 간곡하게 권하셨지만 나는 간호학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어냐고 안타까워하시며 물으셨지만 나는 다만 친구들과 함께 서울로 가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또 간호학과는 기숙사가 있어서 지방출신에게는 더 없이 좋았고 졸업한 후에는 여성으로서 전문직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진출이라는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에 앞이 트이는 듯한 가능성을 예감했던 것 같다.
나는 서울의 어느 간호학과에 입학하여 개구리 해부 등 실험실 수업과 함께 교양과정을 거치는 1년 동안 대학생활의 낭만과 자유를 느끼면서 즐거웠다. 2학년이 되면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사람의 뼈를 직접 만져가며 외우고, 시험보고, 반복하는 동안 그것이 사람의 뼈라는 사실도 잊고 지냈다. 각종 세균들을 현미경으로 보면서 균들을 배지에 심어 키워보았고 항생제 선택 방법도 알게 되었다. 또 각종 주사, 무균법, 운동, 인공영양, 도뇨, 자세, 상처치유법, 이동과 활동, 관장, 흡인, 배설, 삽관 등의 기본적인 간호기술을 배우느라 무척 힘들고 바쁜 2학년을 보냈다. 교수님께서는 늘 “간호는 예술이야” 하셨지만 그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3~4학년의 2년 동안은 각종 질병의 원인, 증상,
치료 및 간호방법을 교수님이 불러주시면 속기사처럼 받아쓰고 시험을 보았으니 속기사들의 전성시대였다고나 할까.
교과서가 없던 시절이라 졸릴 시간이 있었겠는가. 오전에는 그렇게 강의를 받고 오후에는 병원에 나가 직접 환자를 간호했다. 이렇게 4년간 숨차게 강의와 실습을 연마하고 나니 또 국가고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무난히 통과하였다.
그런데 졸업도 하기 전에 지방대학의 어느 간호대학에서 나를 전임강사로 초빙하여 그 때부터 나는 간호교육으로 입문하였고 지금은 지방 국립대 간호대학 교수로서 30년 이상 봉직 중에 있다. 사실은 대학 교수가 되기 전에는 간호학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깊이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석사학위를 할 때 “간호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하였다. 서슴지 않고 “그것은 예술이지요”라고 대답하는 나를 보고 스스로 놀란 적이 있다. 대학시절 교수님께서 그렇게 여러 번 강조하셨던 것을, 드디어 내가 스스로 터득하여 확신을 갖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였고 감격하였다.
“아니, 어떻게 해서 간호학이 예술이 될 수 있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간호란 돕는 예술(Caring Art)이지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간호는 인간과 환경사이의 조화를 창조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예술인 것입니다.”
특히 인간은 개인의 성격, 기호, 신체적 상태, 속해있는 환경 등 많은 차이를 가졌기 때문에 간호란 획일적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 관현악단의 신비스러운 조화를 표현해 내기 위한 지휘자와도 같은 것이다.
오늘날 영어의 ‘Nurse’가 우리말로 ‘간호사’로 불리는 것은 시대적으로 변화된 간호의 역할에 적절한 호칭이

아닐 수 없다. 즉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대상자에게 건강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삶의 의지가 부족한 사람에게 의지를 북돋아 주며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에게 에너지를 공급받도록
대상자의 내·외적 환경의 균형상태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호사는 교육자, 상담자, 지도자, 능숙한 기술자, 경영자, 연구자이다.

박오장/전남대 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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