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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실험실에서의 자유와 즐거움
[나의 연구실]실험실에서의 자유와 즐거움
  • 교수신문
  • 승인 2007.06.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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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준 교수 연구실. 왼쪽부터 이선혜(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석사과정), 필자, 이수진(부산대 분자생물학과 석사과정)

우리 연구실은 2006년 여름에 문을 연 새로 만들어진 실험실이고 초기 암의 발생이 어떠한 기작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다른 이공계의 실험실처럼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실험하고, 논문 보고, 공부하는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곳이다. 따라서 조금만 실험실 생활이 익숙해지면 어제나 오늘 내일이 모두 같은 날처럼느껴지고 지루해지기 쉽다. 또한 실험실에서 일하고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은 가장 젊고 혈기 넘치는 시기에 있는 젊은이들로 지루한 일상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더구나
연구는 항상 새로워야 하고, 연구실은 늘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연구자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곳으로 연구자들이 일상적 생활에 젖어들어 시간을 보내면 절대로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항들은 참으로 모순적이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실험실의 기본 정신은 자유로움과 즐거움이다. 우선 실험하는 학생, 연구자가 여러 가지 기존의 사고틀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실험실에서 주로 행하는 일은 비판적인 논문 읽기이다. 좋은 논문을 많이 읽고 여기에 대한 비판이나 보완할 부분을 토의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사고틀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관이 적은 연구 분야라도 한번씩 논문을 통해 접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또한 우리 실험실이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중 하나는 출퇴근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연구자는 스스로 할일과 자신의 계획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간섭은되도록 배제하고자 한다. 우리 실험실의 학생들은 자신의 일정에 맞게 나오고 들어간다. 자유로운 생활은 창의적 사고력을 높이고 또한 스스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자나 학생의 생활 스타일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라면 (나도 예전엔 그런 생활을 오래 해서) 그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이 연구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부분을 간섭하면 연구자는 연구 이외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아 연구에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즐거움이다. 실험실에서의 즐거움은 사실 연구내용과 직결된다. 많은 연구자들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아마도 자신이 가진 가설을 실험으로 증명했을 때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실험실에서도
이러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되도록 한번 실험을 하더라도 그 실험에 대한 가설과 연구 배경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알도록 노력 중이다. 사실 실험실에서 실험외의 부분에 대한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실험이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잘 하지 못하는 일을 자꾸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실험실에서 자유과 즐거움을 찾는다면 실험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깝다거나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고, 성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보낸 시간이 잘 쓰여졌다고 느낀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실험실은 이 두 가지를 실험실 안에서 구현하고자 지금도,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박범준 / 부산대·분자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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