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2:45 (금)
[학회를 찾아서] 한국분석심리학회
[학회를 찾아서] 한국분석심리학회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10-17 12:05:42

‘심혼의 의사’.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은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했다. ‘한국분석심리학회’(회장 한오수 울산의대 교수) 역시, 인간의 심성과 고통을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분석’ 행위 위에 ‘치유자’, 즉 의사로서의 자의식을 지닌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실제 학회원의 절반 이상은 정신과 전문의로 임상경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매일같이 환자들을 맞대면하는 가운데 분석심리학의 치유력은 이미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학회의 학문적 모태는 스위스 취리히의 ‘C. G. 융 연구소’. 융이 1948년에 직접 만든 이 연구소를 거쳐간 국내의 연구자는 상당하다. 한국 분석심리학계의 선구 이부영 서울의대 명예교수, 이죽내 경북의대 교수, 한오수 학회장 등이 연구소가 공인하는 ‘분석가’이다. 한국분석학회의 주요멤버들이 지난 1997년 설립한‘한국융연구원’(원장 이부영)도 취리히의 연구소를 모델로 하고 있다. 한국융연구원은 현재 의대 졸업생과 일반인을 분석가로 훈련시키는 세미나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학회는 분석자료인 꿈을 통해 원형적 상징(archetypal symbol)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한국전통문화유산 즉, 신화나 민담, 민간신앙, 민속문화, 전통종교사상, 전통의학, 동양의 연금술 등을 분석심리학적으로 재조명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부영 교수가 발간한 ‘한국민담의 심층분석 - 분석심리학적 접근’(일조각 刊)은 이런 작업 가운데 선구적인 것이다. 한오수 교수 역시 한국의 신화를 분석심리학적으로 다시 읽어내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흔히 분석심리학은 인간 심성을 전체적인 조망과 전인적인 접근으로 ‘방법론’을 말하기 힘든 분야다. 애매한 말이지만 분석가에게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자세’라는 것이 융의 지론이기도 했다. ‘전체인격을 실현할 수 있는 핵’ 즉 ‘자아’(ego)가 아닌‘자기’(self)의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돕는 역할 말이다. 그러나 학회는 이런 분석심리학을 응용하여 연상검사나 심리학적 유형론을 만들어내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정신치료기법, 예술요법 등도 학회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다.

학회의 저작으로는 1년에 두차례 발간되는 학회지 ‘심성연구’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학회는 분석심리학 관련 책자 번역에도 열심인데, 융 저작 번역위원회를 꾸려 ‘융 기본 저작집’ 9권 가운데 제 1권 ‘정신 요법의 기본문제’를 최근 번역하기도 했다.(한국융연구원 www. jung.re.kr)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