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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씨, 포털 정보 유통에 놀아난다
유씨씨, 포털 정보 유통에 놀아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7.05.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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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비평]UCC시대

미디어 연구자 마크 포스터는 이렇게 적었다. “인터넷은 대중을 위해 마련되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가들은 그것이 무역과 시장을 위해 준비됐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특성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인터넷이 이윤추구의 수단이요 그 자체가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손수 제작한 콘텐츠인 유씨씨(UCC, User Created Contents)도 결국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핵심을 볼 수 있다.  

유씨씨의 핵심은 정보 유통 문제
유씨씨는 최근에 느닷없이 등장한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름이나 포장지 또는 겉모양만 바뀌었다. 사람들이 유씨씨를 주목하게 된 것은 변화한 뉴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텍스트는 그 자체 죽어있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고정된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미디어다. 미디어는 정보를 담는 그릇, 즉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인터넷 등장 이전에 메시지는 주로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신문 등에 의존했다.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 신문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언론,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그동안 게시판, 동호회 사이트, 개인 홈페이지에 실었던 자료가 포털 사이트나 여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유씨씨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어떤 정보가 몇 단계 링크만 거치면 순식간에 전체 정보망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가리켜 네트워크 효과라고 하는데 유씨씨는 포털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효과, 즉 정보 유통망의 파급력에 기댄다.
유통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이익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유씨씨는 인터넷 이용자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회사 좋으라고 만든 거다. 포털사이트 야후에 인터넷 이용자가 올린 포르노 동영상이 오랫동안 방치된 일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운영비용을 사용자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악의적인 댓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포털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것 또한 그동안 사용자에게 게시물 관리 책임을 전가했기에 나온 결과다. 책임은 사용자에게 미루는 한편 발생하는 이익은 고스란히 누리겠다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논리가 그간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불공정 거래는 늘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포털이 숙주가 되어 기생하는 각종 유씨씨는 허위 정보 유통 문제, 저작권 침해 문제, 성 폭력 문제, 국수주의, 지역주의 문제를 유발한다.

인터넷 사용자 스스로 정보 유통망을 장악할 수 있다
유씨씨 문제는 웹2.0 열풍과도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춘다. 이른바 웹2.0 시대에는 사용자 중심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새로운 개념의 등장은 시장의 수요와 손발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웹2.0이란 개념이 시장 속으로 들어오자 웹2.0의 긍정적 효과는 묻혀버리고 시장 논리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이 큰 역할을 해낸다. 새로운 내용물을 담지 않고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판매대에 올리는 것은 장사꾼들의 악습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무분별하고 천박하게 남용하는 웹2.0 놀음과 유씨씨 유통 놀음에 정보 사용 주체들이 놀아나서는 안 된다. 블로그 ‘밑에서 본 세상’(http://blog.jinbo.net/marishin)에 이런 글이 실렸다. “이건 환상이고 사기다. 정보 생산 비용을 줄여보자고 사용자를 비행기 태우는 것이다. 비용 떠넘기기용 광고 문구다. 월마트, 이마트 따위의 온라인판인 셈이다. 이런 대형 상점은 값을 깎아주되 고객에게 물건 찾기, 수레에 넣어 끌고가기 따위의 일을 시킨다. … 업무를 고객에게 일정 부분 떠넘기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소비 노동’(consumption work)이다.”
살루스티우스의 <역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유를 선호하는 것은 소수뿐이다. 다수는 그저 공정한 주인만 있으면 더 이상을 원하지 않는다.” 이 말을 유씨씨나 웹2.0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포털 사이트가 편리함을 제공한다면 서비스 이용자인 소비자들은 보통 그 편리함이 약인지 독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편리하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껍데기만 있는 개념을 오남용하는 온라인 미디어들은 그런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앞서 네트워크 효과에 관해 언급했듯 좋은 콘텐츠는 굳이 포털 같은 대규모 유통망을 거치지 않더라도 손쉽게 네트워크 전반에 확산될 잠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씨씨 놀음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발언하라. 자신이 쓴 글이 대형 미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좀 더 많이 읽혔다고 해서 그것에 비례하여 글의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대형 유통망과 결별하라.

이강룡 / 웹칼럼리스트


 

필자는 한겨레신문사, 인터넷한겨레, 와이더댄, SBS에서 일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작가, 번역가로 활동한다. 저서로 <인터넷 시대의 글읽기 블로그 시대의 글쓰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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