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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苦惱가 필요한 대학
[대학정론] 苦惱가 필요한 대학
  • 논설위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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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11:51:34
211호 교수신문에서 눈여겨 볼 사안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대학총장들의 고뇌와 자기정체성에 관한 설문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올 2학기 신임교수 임용 현황이다.

나라 안팎이 치졸한 정쟁과 도덕적 자기 성찰을 결여한 테러응징론으로 분분한 가운데, 우리가 대학 내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상아탑의 文弱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저 거대한 서사적 사건 못지않게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교육의 틀과 관련된 터라, 잠시 생각의 빌미를 마련코자 한다.

설문에 응한 한국의 대학총장 73명은 대체로 총장직에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열명 가운데 여덟이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국가와 사회 봉사를 그 이유로 내세웠다.

총장직이란 그렇다면 국가·사회를 위해 헌신하려는 교수들의 마지막 선택지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이들 총장은 대학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갈등과 반목의 조정자, 학문 연구와 교육을 조율하는 支援者로서의 총장상이 그려져야 하는데, 현실에선 독선적 정책 결정자 혹은 개혁의 주도자 상이 더 많은 건 무슨 까닭일까.

총장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절치부심한다. 또한 개혁추진 과정에서 구성원의 반발로 근심하고 있다. 이들은 또 대학 개혁과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교수들의 이기주의’를 우려한다.
밤낮없이 재원 마련을 위해 뛰어 다니는 총장들의 수고로움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인정하고 격려해야 하지만, 개혁과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교수 이기주의’에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狹量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賢者가 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교수 이기주의’를 지적한 총장들의 답변이 노파심과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든 사적 욕망의 정치성을 떠나 존재하기란 어렵다. 학문과 연구, 교육에 삶을 투신한 교수들을 혹시 완전무결한 성인 군자로 생각했다면, 그에 걸맞는 배려와 예를 취하면 될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이기주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이를 개혁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작은 욕망들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이를 수용하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총장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잖은가. 그게 대학의 어른이 가야할 지혜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서, 차제에 한국의 대학총장이 정말 그들의 사심없는 염원대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백년대계의 교육 발전 지도를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조율해나가는 ‘어른’으로 거듭나길 감히 주문한다.

더불어 올 2학기 신임교수 현황을 보고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능력있는 교수가 자리를 옮기는 것도 권장하면 권장했지 탓할 수 없고, 산업체 경력자를 교수로 채용하는 일도 그리 고깝지 않다. 그러나 인문·사회분야 교수 입직 나이가 대체로 40세라고 하는 데 놀란다. 일부는 명예로운 출발선에 올랐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여전히 ‘후속세대’에 갇혀 있다. 어떻게 이들을 격려하고 북돋을 수 있을까.

진정 고뇌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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