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4:30 (금)
“美·日 등 선진국, 일반법으로 허용”
“美·日 등 선진국, 일반법으로 허용”
  • 이성대 안산공대
  • 승인 2007.05.19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교수노조 허용 사례 없다?

최근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자 일부 보수 신문에 뚜렷한 근거 없이 교수노조를 비난하거나 교수노조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글들이 실리고 있다. 이들은 마치 교수노조가 교수들의 기득권 유지를 추구하고 있어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면 학문발전이 어려운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학문이 발전한 국가들에서 모두 교수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수 노조가 법제화된 사례가 없다며,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수노조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실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반법에 의해서 교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교수노조를 합법화하기 위하여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반법에 의해서 교수노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에 의해서 교수노조를 합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일반법에 의해서 교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을 삭제한다면 굳이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해서 특별법을 만들 필요도 없다. 이것은 교수노조 합법화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교수노조는 1915년 창립된 AAUP이고 현재 조합원수는 30,000명 정도로 약 40개의 주지부와 500개의 대학지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산별노동조합에 해당하는 AFT와 NEA의 고등교육위원회에 각각 90,000명과 70,000명의 교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기타 25,000명이 대학별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5개의 교수관련 단체들이 통합하여 출범한 호주교수노조(NTEU)는 호주의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교수노동조합이다. NTEU의 조합원 수는 현재 26,000명을 넘는다.

캐나다 교수노조(CAUT)는 1951년 창립되었으며, 현재 48,000명의 교수들, 도서관 사서들, 연구원들 및 기타 연구전문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덴마크 교수노조 GL은 조합원 수는 11,500 명이며 조직률은 98%에 이른다.

영국의 교수노조로서는 1919년에 창립되어 조합원 48,000명인 AUT와 1904년에 창립되어 조합원 67,000명인 NATFHE가 있다.

일본에서도 국공립대 교수와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대학교직원노동조합이 있으며, 사립대 교수노조도 별도로 조직되어 있다.

최근 한 정치인의 인도에서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는다는 노동자 비하 발언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인도에서도 교수노조가 합법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교수노조는 다음과 같은 계기에서 만들어졌다. 1900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였던 에드워드 로스(Edward Ross) 교수는 이민노동자 및 철도독점 정책과 관련하여 설립자의 부인(Mrs. Leland Stanford)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해직되었다. 부당한 해직에 대해 동료 교수들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존스 홉킨스 대학의 철학 교수 러브조이(Arthur O. Lovejoy)는 유명한 존 듀이(John Dewey) 교수를 만나 교수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들이 만든 것이 바로 미국의 교수노조  AAUP이다.

미국 교수노조의 임무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신장하고,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전문직의 가치와 기준을 규정하며, 고등교육이 공공선에 기여하도록 하는데 있다.” 미국 교수노조가 결성된 지 85년이 넘게 흘렀지만, 학문의 자유침해와 교권침해를 당해 AAUP에 도움을 요청하는 조합원들의 호소가 매년 천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의 교수노조는 고등교육관련 효과적인 입법 활동과 대중적 시각에서 고등교육의 목적과 직업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의회와 공동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실력 없고 공부 안 하는 교수들이 교수노조를 만들려고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전연을 순회하면서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노조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던 존 듀이가 실력 없는 교수여서 편하게 놀고먹기 위해서 교수노조를 창립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대법원장을 지낸 라스킨(Bora Laskin)을 포함하여 많은 국회의원들이 교수노조 위원장이나 활동가 출신이다. 노동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져 있는 코넬 대학의 에렌버그(Ronald Ehrenberg)는 현재 미국 교수노조에서 교수노조 정책 입안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교수노조 정책실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노동경제학 교과서는 한글로도 번역되어 우리나라 주요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교수노조를 인정하면 교수들이 공부를 안 하고 나태해져서 학문 발전이 뒤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모든 학문 선진국들에서 교수노조를 인정하고 있다. 교수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활동을 보장할 때에만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아주 평범한 사실에 있다. 교수도 노동자다. 교수도 해고되어 임금을 받지 못하면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 때에는 자기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도 대학의 비리를 고발하였거나 독재에 저항하다가 부당한 탄압을 받아 해직되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는데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교수가 120명이 넘는다. 입시부정을 폭로했던 동의대 교수들은 복직되는 데 17년에서 19년이 걸렸다. 사학 재단의 대변자들은 교수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권리를 가진 집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입시 오류를 지적하였던 김명호 교수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하였는가? 교수노조가 불법화된 상태에서 학문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이성대 / 안산공대 정보통신공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