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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재단 복귀 여지…상지대 '안개속으로'
비리재단 복귀 여지…상지대 '안개속으로'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5.1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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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지대 임시이사 정이사 선임은 무효” 판결

대법원이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2003년 이사회에서 선임한 9명의 정이사가 자격을 상실했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상지대에 임시이사나 정이사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김문기 씨 측과 상지대 구성원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7일 원고(김문기 외 4명)가 피고(학교법인 상지학원)를 상대로 낸 이사선임 무효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8대 5의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에게 소의 이익이 있는지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전 적법하게 선임됐다가 퇴임한 최후의 정식이사들은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기하여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종료한 때에 적절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지난 17일 상지대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김문기 씨 등 30여명이 자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퇴임이사의 직무수행권(긴급처리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인정한 항소심과는 달리 “임시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태가 되면 정상화 시점에서 유효한 사립학교법, 민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일반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구 재단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문기 씨 등 종전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고 상지대가 정이사를 선임하기 직전의 이사가 긴급처리권을 갖게 됐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구 사학법에서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들은 임시적인 위기관리자에 불과해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들을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비리재단’ 학교 복귀 명분 생겼나
이번 판결로 김문기 씨 측이 상지대 운영에 개입할 명분이 생기면서 “앞으로 비리재단이 학교 에 복귀하는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병섭 상지대 부총장은 “개정 사학법에서(25조 3항) 교육부는 재산을 출연한 자, 학교발전에 기여한 자 등의 의견을 들어 이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지만, 김문기 씨는 이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교육부와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문기 씨는 설립자가 아니며 ‘상당한 재산을 출연한 자’에도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정이사 선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일정부분 김 씨의 손을 들어준 이상 교육부가 김 씨 측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다. 한정이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정이사 체제에서 다시 임시이사(혹은 정이사) 체제로 간다는 것은 구 이사가 복귀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지대 교수, 학생, 직원 등 상지대 구성원은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부정부패 등의 사유로 물러난 구 재단의 학교 복귀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조만간 상지대 정상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바로 정이사를 선임하는 게 맞지만, 학내갈등이 길어지면 먼저 임시이사를 파견해 학교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상지대 “대법원 판결 예상 못 했다”
상지대는 김문기 씨의 권한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판결에 안도하면서도 “이제야 학교운영을 정상화했는데 또 다시 그 전 단계로 가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법인 상지학원 관계자는 “지난 2월에 공개변론을 할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예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조석곤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경제학과)는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김문기 씨가 학교와 이해관계가 없다는 뜻을 교육부에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상지대 구성원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이번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김문기 씨는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잃었던 학교를 되찾고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승자의 입장이지만 국가미래의 인재육성을 위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설립자로서 훌륭한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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