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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생 문인들, 시대의 격랑 피할 수 없었던 운명”
“1907년생 문인들, 시대의 격랑 피할 수 없었던 운명”
  • 김재호 기자
  • 승인 2007.05.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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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문학인’ 심포지엄

이효석, 신석정, 김달진, 박세영, 김문집, 김소운, 김재철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열렸다.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지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분화의 심화, 어둠 속의 풍경들’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송완순, 신고송, 신남철, 윤복진, 함대훈 등도 이날 논의에 포함됐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독어독문학)는 “1907년 전후의 시기는 애국적 정서와 계몽주의적 열정이 분출한 시대였다”면서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러일전쟁을 계기로 대한제국 정부의 일시적인 자주노선이 후퇴하고 일제의 식민침탈이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1907년생 문인들의 삶의 출발점이 망국의 위기와 근대적 전환이 교차하는 갈림길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는 것은 그들의 인생역정 전체가 시대의 격랑을 피할 수 없었다는 운명의 예고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염 명예교수는 “김소운과 김문집은 일본문화와의 간극 없는 밀착 내지 일본문화 속으로의 매몰은 자아상실의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반면에 박세영은 중학졸업 이후 중국대륙을 유랑하게 되는데, 이 경험은 그를 민족현실의 새삼스런 발견으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염 명예교수는 “김달진과 신석정은 외관상 당대현실의 절박한 문제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독특한 禪的·전원적 공간 안에 고고하게 칩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자연은 현실과의 긴장을 감추는 오래된 가면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효석에 대해 염 명예교수는 “김승옥이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시대적 압박을 더 미숙한 동시대인들 틈에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 결과로서의 상처와 불균형을 삶과 글에 남겨놓았다”고 회고했다.
한국 연극사 연구의 개척자인 김재철에 대해서는 “국문학연구가 근대학문으로 태동하던 무렵 이들 연구자들 앞에 놓인 동시대문학의 축적된 작품량은 너무나 빈약했다”면서 “학문적 과제는 과거로부터 넘겨진 문학유산의 분류와 체계화 즉 역사적 연구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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