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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잣거리 이야기 총망라
역사·저잣거리 이야기 총망라
  • 강민규 기자
  • 승인 2007.04.3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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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밖의 역사 성대중 지음 | 박소동 엮음 | 열림터 | 2007
조선 시대 규장각 교리였던 청성 성대중(1732~1809)이 쓴 <청성잡기>의 편집본이 출간됐다. 짧은 이야기지만 조선 후기 이기적이고 문란한 양반의 생활상과 기층민중의 불만이 잘 드러난다. 서얼 출신으로 영조의 탕평책에 힘입어 관직에 올랐으며 문체반정을 주도했던 정조로부터 ‘깨끗한 문장’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성대중은 야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청성잡기>는 투전, 여관, 온돌 등의 민속유산과 양반, 노비, 기생, 백정 등 전 계층의 생활사를 50여점의 풍속화와 함께 담고 있어 가히 당대 풍속을 총망라한 생활·문화 잡지라 할 만하다. 성대중은 각종 역사서를 뒤지고 주막과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이 책을 꾸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죽고 난 후 아들 성해응은 아버지의 글을 모아 문집을 편찬했는데 이 때 <청성잡기>는 제외됐다. 정조가 싫어했던 패관소품체의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1964년 김화진 선생이 잊혀져갈 뻔했던 <청성잡기>를 학계에 소개했고 지난해 민족문화추진회가 <국역 청
성잡기>를 발간했다. <국역 청성잡기> 중 우리나라에 관한 내용만 주제별로 간추려 엮은 것이 이번에 나온 <궁궐 밖의 역사>다.

자살하는 시늉을 하며 돈을 뜯어내는 고단수 도둑, ‘깨질 날’이 적혀 있던 안경 등 흥미롭고 시시콜콜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 사이 사이에 붕당의 폐해를 꼬집은 정치평론, 어질게 행동하면 이웃의 도움으로 큰 난리를 피할 수 있다는 처세론도 들어가 있다. ‘체면만 차리는 양반들에게는 땅을 빌려주지 말라’며 서민들이 담합하는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도 있다.

한편 당대의 대표적 ‘시사평론가’ 이덕무가 곳곳에 짤막한 댓글을 달아놓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성대중은 <청성잡기>를 친구들에게 돌려보도록 하면서 이덕무에게는 특별히 비평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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