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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2001 하반기 신임교수 임용현황
해설 : 2001 하반기 신임교수 임용현황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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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7 10:03:47
더 나은 교육·연구 여건을 찾아 교수들이 자리를 옮기는 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교수들의 대학이동은 상반기보다 채용규모가 적은 하반기 임용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연구중심 대학으로 체제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대학들은 신규임용에서 초임교수를 뽑기보다, 이미 다른 대학에 재직하면서 연구역량을 뚜렷하게 보여준 교수들을 영입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임용 규모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는 데 비해 경력 교수들이 이 기회를 틈타 대학간 자리 옮기기를 하는 바람에 강단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학문후속세대들의 진로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경력교수 비율 16.2%

우리 신문이 8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20일 동안 전국의 4년제 대학과 사이버대학 등 2백4개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포함)을 대상으로 2001년 하반기 신임교수 임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1백57개 대학에서 답변해 왔고, 이 가운데 81개 대학에서 5백67명의 전임교수를 뽑은 것으로 집계됐다(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47개 대학에서도 일정 규모의 신규 임용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임용수는 이보다 늘 것이다). 이는 대학 당 평균 7명으로 지난해 6.7명, 1999년 하반기 6.3명보다 다소 늘어난 수치이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에서는 1백76개 대학 가운데 88개 대학에서 5백93명을 뽑았다.
이번 학기 교수임용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올 상반기까지 10%를 밑돌던 교수들의 대학 이동 비율이 16.2%(92명)로 뚜렷하게 증가한 것. 지방대학에 재직하던 교수는 서울로, 지방 군소 도시 대학의 교수들은 ‘거점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간 이동에서 눈에 띄는 곳은, 서울지역 대학 가운데 경희대가 23명 가운데 7명, 서울대 5명 중 4명, 성균관대 17명 중 9명, 연세대 27명 중 11명을 경력교수로 초빙했고, 지방소재 대학에서는 충남대가 23명 가운데 6명으로 가장 많이 경력교수를 뽑았다. 92명 가운데 서울에서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는 단 4명뿐이었다.

이처럼 국내 대학 교수들의 자리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대학에 재직하고 있던 교수들의 국내 영입도 10여명으로 늘었다. 성균관대가 일본 쯔쿠바대에 재직하던 이명재 교수를 경제학부 부교수로 선발하는 등 4명의 교수를 일본, 미국, 홍콩의 대학에서 영입했고, 연세대도 네바다주립대에 재직하던 이정우 교수를 포함 4명의 교수를 미국의 대학에서 초빙했다.

학분 분야별로 볼 때, 신규 임용은 이학분야에서 크게 늘어난 반면 인문학분야는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6.9%(41명)에 머물렀던 이학분야는 12.7%(72명)로 급증했고, 인문학 분야는 6.2%(35명)로 같은 기간 7.1%(42명)보다 0.9% 떨어졌다. 임용 규모면에서 사회분야가 23.3%(1백32명)로 가장 많았고, 공학 18.5%(1백5명), 의약학 18.2%(1백3명)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학분야 임용 비율이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대학원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교수 영입에 나섰기 때문. 물리, 화학, 수학 등 전 분야에 걸쳐 고르게 임용됐다. 반면 인문학분야는 서울소재 대학들이 신규 임용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지방의 일부대학에서 학과운영에 필요한 최소인원만을 충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학분야 급증·인문학분야는 줄어

올 2학기 입직한 전임강사들의 평균 나이를 계산한 결과 36.1세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상반기 36.2세, 2001년 상반기 37.0세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이는 어문학분야에서 임용된 20대 외국인 교수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과 인문학 분야 등에서는 전임으로 처음 강단에 발을 딛는 나이가 40세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돼, 학위 과정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박사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학문분야별 평균 나이는 인문학 전공자가 38.1세로 가장 높았으며, 사회과학(38.0세), 농수산(36.6세), 어문(36.1세), 예체능(36.0세), 이학(35.5세), 공학(35.2세)순이었다. 의약학 분야가 34.4세로 유일하게 35세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임 교수들의 출신대학(학부)은 서울대가 1백5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연세대(57명), 고려대(37명), 한양대(29명), 경북대(22명) 순 이었다. 이밖에도 충남대(16명), 서강대(14명), 이화여대(11명), 경희대(10명), 전북대(10명) 등에서 10명 이상의 입직자가 나왔다.

그러나 학부출신 분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수도권 대학들도 박사 학위자 배출 분석에서는 외국대학에 밀려 저조했다. 신임교수 가운데 10명 이상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63명), 한국과학기술원(29명), 연세대(20명), 고려대(18명) 등 단 4개 대학뿐이었다.

외국박사에 밀린 국내박사

신임교수 가운데 ‘외국 박사’가 전체 4백47명 가운데 2백30명(51.5%)을 차지했다. 외국박사학위자들의 취득지는 미국이 1백71명(38.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일본 28명(6.3%), 독일 10명, 프랑스 8명, 영국 6명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신규 임용된 국내 박사와 외국 박사를 비교해 볼 때 국내 박사가 50%를 넘어선 것은 2001년 상반기(53.2%)가 유일하다.

모교 출신 교수는 총 1백14명으로 20.1%에 이르렀다. 서울대 5명 모집에 4명, 고려대 18명 가운데 12명, 한양대 24명 모집에 11명, 충남대 23명 모집에 11명, 연세대 27명 모집에 15명을 모교 출신자로 임용했다.

최근 3년간 서울대는 1백34명의 교수를 초빙하면서 1백28명(95.5%)을 모교 출신으로 뽑았다. 교수임용 쿼터제가 발효된 1999년 9월 30일 이후에도 서울대는 49명 가운데 46명(93.9%)을 모교 출신으로 채웠다.

최근 3학기째 연속 여교수 임용 비율이 20%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임용된 교수 가운데 여교수는 1백8명으로 19.0%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 하반기 19.1%, 2001년 상반기 19.1%보다 다소 줄어든 비율이지만, 2001년 현재 전체 여교수 비율 14.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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