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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초석 … 향후 검증은 필수”
“인문학의 초석 … 향후 검증은 필수”
  • 김재호 기자
  • 승인 2007.04.2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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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소품 <알키비아데스 Ⅰ·Ⅱ> <크리티아스> <뤼시스> 출간
“자네가 배우려 들지도 않고 스스로 탐구하려 들지도 않고서 뭔가를 배우거나 찾아낸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없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의 대화는 정치를 하기 전에 철학적 반성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절실한지 지적해준다. 자기인식 없는 정치가는 독단에 빠질 수 있다.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이해하려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대화편”이다. 델피의 글귀 ‘너 자신을 알라’로 집약되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담겨있는 저술이다. 정준영 정암학당 연구원(대진대 연구전담교수)은 “자기 인식을 자신에 대한 돌봄의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소크라테스적인 인식론적 통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크라테스적인 자기 인식은 윤리적인 통찰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플라톤의 저작 중 일부인 <알키비아데스 I·II>(김주일·정준영), <크리티아스>(이정호), <뤼시스>(강철웅)가 번역돼 이제이북스에서 출판됐다. 정 연구원은 18일 정암학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존에 <국가>를 비롯한 박종현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훌륭한 원전 번역이 있는데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플라톤 원전까지 이번에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인문학 전체의 가장 기초적인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 이제 본격화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호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철학, 정암학당 학당장)는 “사실 2005년 펴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단편 선집>이야말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직접 인용 전거가 되는 단편(이른바 B단편)을 모두 완역한 것으로서 동양의 사서삼경에 비교할 만큼 서양의 사상적 뿌리를 이해하는 아주 핵심적인 1차자료인데도 아쉽게도 출판 당시 아무도 눈여겨보질 않았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8년여 동안 진행된 정암학당의 플라톤 원서 번역에서 힘든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정 연구원은 “플라톤 원전 번역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정도의 대규모 작업임에도 이정호 교수의 사재로 운영됐다”면서 “연구원들이 번역에만 집중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생계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는 “일상 속에서 힘겨울 때 정암학당 세미나를 통해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며 “개인들의 학문적 열정을 주고받으면서 동학으로서 서로 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정암학당에서는 학문적으로 격렬한 논쟁이 자주 이어진다. 이제는 희랍어 문법에 대한 기초적인 논쟁보다 텍스트에 대한 해석상의 논쟁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알키비아데스I>에서 소크라테스는 전체를 관통하는 통합적 기술을 지향했다. 그러한 삶의 기술을 바로 철학적 앎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통섭’ 개념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었다. 정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학을 생물학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플라톤은 부분을 전체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차원이 다른 여러 세계 존재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발견한다”고 대답했다. 즉 플라톤은 전체를 통합하는 이데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출간된 다른 번역본들에 대해 그는 “<뤼시스>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호메로스적인 가치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반성하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다”며 “<크리티아스>는 아틀란티스라는 훌륭한 나라의 도시계획을 삶의 방식과 연관 지어 논의하는 대화편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20세기 초에 플라톤 전집 중역서를, 70년대에는 원전 번역 전집을 완간했다. 이제는 두 종의 플라톤 원전 번역 전집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일본의 서양 고대철학 연구성과는 서양에서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아직 플라톤 전집을 완간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크라튈로스>, <에우튀데모스>, <고르기아스>도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제 우리도 그 중요한 작업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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