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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대학문화 원인”
“권위적인 대학문화 원인”
  • 김재호 기자
  • 승인 2007.04.2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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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
대학의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가 결국 황우석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라고 지적됐다. 최영찬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가 주최한 ‘황우석 사태,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지적했다.

최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부르는 사회, 그리고 대학’이라는 발표문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부정을 밝혀 낸 것은 소장 생명공학자들의 과학적인 신념과 불합리한 학문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다”며 “학문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민주적 절차와 책임을 다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의 주인은 교수가 아니라 이 사회”라고 강조하면서 “대학 내의 패거리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법과대학 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그동안 황우석 사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주었던 발제자들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과학사기는 왜 일어나는가?’에서 “과학사기는 외적 보상이 지배하는 과학자사회의 보상체계와 경쟁구조에 원인이 있다”며 “과학의 상업화는 외적 보상에 대한 과학자간 경쟁을 훨씬 강화하는 동시에 과학자 사회 내의 아노미와 소외·착취를 심화시켜 결국 과학사기의 증대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 교수의 권위적인 대학사회에 대한 지적과 마찬가지로 “대학원생은 연구책임자인 교수에게 고용된 노동자가 되고 정부출연기관의 하층연구원들은 비정규직화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면서 “실험실의 인간관계는 더욱 위계적·권위적이 되고 과중한 업무부담과 노동강도가 하층 인력에게 일상화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자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직업윤리 확립과 과학의 공공 소유와 민주화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황우석 사태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는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와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공동의 주제발표문에서 황우석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위해서 사용이 불가피한 여성의 난자는 문제의 핵심”이라며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와 같은 중요한 결정이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표결 처리로 이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위원 수 구성에서 생명윤리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기자와 김 운영위원은 “과학기술부가 연구 투자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과학 전문 기자는 과학기술부가 마련한 보도 자료나 정기적으로 나오는 외국의 과학 기사를 베끼거나, 과학기술부가 연결시켜 준 이른바 ‘정치’ 과학기술자의 입에 의존해 기사를 생산해 왔다”면서 “과학기술부에 정부 내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만을 두고 과학기술 육성 기능을 각 부처로 분산한다면 이런 구조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부의 해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늑대 복제로 복제된 황우석 사태’의 토론문에서 황우석 사태의 다중적 성격을 고려해 △일반 대중에 있어서의 과학 △과학과 과학자 △과학 언론 △서울대학교의 역할 △관련 정부 부처로 나누어 논의했다. 우 교수는 “생산성과 효율의 극대화라는 이름하에 과학은 파생 기술의 산업 적용이라는 상업적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면서 “대학 스스로의 자긍심 있는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다면 과도한 행정 당국의 성과주의에 대한 압력이 있다 해도 관련 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문 집단과 일반인 사이에 위치한 경계 집단으로서의 언론이 과학자들의 실험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걸러야 한다”며 과학 저널리즘의 자성을 요구했다. 정부 부처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행정 부처의 입장은 결코 학문적 입장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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