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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불완전성에서 출발한 ‘자유론’
인간 불완전성에서 출발한 ‘자유론’
  • 교수신문
  • 승인 2007.04.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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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자율 (4) 자유사상 변천사-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교수신문은 자유사상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을 갖고 흘러왔는지 고전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근대사상의 핵심 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기획은 ‘대학과 자율’이라는 문제를 좀더 본질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다.  전문 필자들로부터 자유사상 변천사에 굵직한 발자욱을 남긴 저서들을 들여다봤다. / 편집자주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 지성을 대표한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논리학, 윤리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에 걸쳐서 불후의 고전을 여러 권 남겼다. 그 중에서도<자유론>(On Liberty, 1859)은 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던 책이다.

개인의 사회적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보는 자유주의는 근대 서양의 부르주아(중소상공인 계층)의 세계관 내지 사회관으로 출발한 이념이었다.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유시장경제는 모두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부르주아들이 시민혁명을 통하여 쟁취한 사회제도들이다.

이런 자유주의의 발전을 주도하여 온 영국의 자유주의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는 아마도 로크(John Locke)의 <정부론>(Two Treatises on Government, 1690)과 밀의 <자유론>일 것이다. 로크는 <정부론>에서 사회계약론에 입각하여 폭정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권, 의회민주주의, 삼권분립, 법치주의, 사유재산권 등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제도들의 필요성의 근거를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전제군주제를 무너뜨리고 의회민주주의를 건설하였던  17세기 영국의 시민혁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였다.

로크의 <정부론>이 주로 제도를 고찰한 것과 달리 밀의 <자유론>은 그런 제도가 토대로 삼고 있는 기본원리들을 분명히 하였다.

밀의 <자유론>은 우선 인간의 불완전성을 분명히 밝혔다. 사람들이 이성과 양심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이성과 양심은 매우 불완전함을 밀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인간은 윤리적으로 불완전하여 자신의 탐욕을 위해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기 쉬우며, 인간의 사실판단은 종종 오류를 범한다. 이러한 양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모든 사람은 필연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게 됨을 밀은 지적하였다. 이 때문에 권력의 제한과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들도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다. 인간들이 불완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장구한 시절 동안 인간 사회가 그래도 장기에 걸쳐서 발전의 추세를 유지하여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 덕분이라고 밀은 보았다. 이 때문에 밀은 자유 중에서도 생각과 언론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자유라고 강조하였다.

관용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전제조건임을 밀은 강조하였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관용의 정신이 존재하는 곳에서만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자신 의견의 절대무오류성을 주장하는 독선은 진리를 박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밀은 보았다.

밀의 <자유론>에 의하면, 인간은 도덕과 인식 양면에서 모두 부족하므로 사람들이 서로 부당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권력을 제한해야 하고 공정한 법치주의와 비판의 자유를 확립해야 하며 또한 개인과 학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열린 마음과 관용에 기초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시대와 체제에 상관없이 모든 사회에 타당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밀은 고전적 자유주의를 완성함과 동시에 부르주아의 정치적 및 경제적 이념이었던 자유주의를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근대의 합리적 사회철학으로 승화시켰다고 생각된다.

또한 밀은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자유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이를 스스로는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타인에게 끼치는 부당한 피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는 논란의 대상이며 밀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원칙은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근식 / 서울시립대·경제학부

필자는 메릴랜드대에서 ‘비공식 증권시장을 가진 개방된 발전도상국의 일반 균형 모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존 스튜아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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