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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유석춘 연세대 교수, 언론기고를 말하다
인터뷰 : 유석춘 연세대 교수, 언론기고를 말하다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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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영향력 실감 … 자기 색깔 드러내야”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의 언론기고문만큼 논란을 불러온 글도 드물 것이다. 지난 1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미디어와 지식인,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그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동안 친조선일보적 지식인으로 비판받아 왔는데.
“조선에 글을 쓰면 좋고, 한겨레에 쓰면 나쁘다는 식의 구분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좌파든 보수든 나름의 역할이 있다. 내가 ‘조선’에 글을 쓰는 것은 나와 색깔이 같기 때문이다. 자기 입장과 신념에 따라 글을 쓰고 논쟁을 하는 공론장이 형성돼야 한다. 그 사람들은 ‘조선’은 보지도 말고,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대화가 안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오히려 진중권, 강준만 등 안티조선측이다.”

△미디어는 또하나의 ‘권력’이다. 지식인들이 미디어 권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는 원래 정치적이다. 모두 다 아는 사실을 왜 새삼 문제삼는지 모르겠다.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에 기고하는 글과 그렇지 않은 신문에 실리는 글은 정치적 효과가 다르다. 부수 많은 신문에 기고하려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이를 두고 ‘권력화’라 비판한다면, 권력화 되지 않은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언론이 지식인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꾸로 지식인이 언론을 이용할 수도 있다. 내가 뭔가 ‘알맹이’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언론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해보니까 괜찮더라.”

△언론기고는 선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강준만 교수가 말하는 ‘미디어 지식인’이 나를 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정치하는 것은 아니다. 강의, 연구와 함께 기회가 닿으면 언론기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인이 언론을 통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는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해보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일종의 만족감도 있었다. 메이저에 쓰는 글의 영향력을 새삼 알겠더라. 내 논리가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강 교수의 실명비판은 우리 사회의 지적풍토를 바꾸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너무 ‘오버’하고 있다. 전문분야에 대한 그의 비판이 그렇다. 마이너리티로서 그동안 당해왔는데,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보수주의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나는 박정희 비판에 맞서 그 체제를 옹호하고 있다. 박정희에게 ‘공’과 ‘과’가 있다면 그 둘을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 나의 시각만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어야 한다. 박정희에 대한 비판을 보면, 끝까지 추적해서 죽여야 한다는 논리처럼 보인다. 이런 식은 미국의 테러와 똑같다. 내가 유교나 전통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된 것을 두고 보수주의로 평가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서구적 근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근대화 1백년이 지나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서구화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식인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한국 지식인들의 주류는 사민주의자거나 신자유주의자다. 학문적인 입장에서 나는 마이너리티다.”

△조선일보가 한국의 ‘주류’라면, 그 색깔에 동의하는 것도 주류의 논리가 아닌가.
“처음부터 내가 친조선일보였던 것은 아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보면서 저건 아니다 싶어 조선, 동아에 글을 썼다. 조선에는 두 번 썼다. 칼럼을 썼더니 그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계속 쓴 거다. 강준만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조선에 아부하는 비겁한 지식인은 아니다. 청탁을 거절해도 그 쪽에서 써달라고 오히려 사정하는 형편이다. 내 글을 두고 수사적 과잉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이 정말 홍위병, 악령으로 보인다. 저널적인 글에는 불가피하게 자기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레토릭을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지식인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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