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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으로 퇴직하기보다 ‘자리 옮기기’ 위한 퇴직 압도적
정년으로 퇴직하기보다 ‘자리 옮기기’ 위한 퇴직 압도적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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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6 09:57:31
1백3개대학 최근 5년간 신임·퇴직교수 현황

설훈 민주당 의원이 집계한 전국 1백3개 대학의 최근 5년간 신임·퇴직교수 현황은 교수신문이 해마다 조사하고 있는 신임교수임용현황과 함께 현재 교수노동시장의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서는 정년 퇴직하는 교수들보다 학교이동을 위해 몸담고 있는 대학을 떠나는 교수가 3배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43세, 직급으로는 조교수가 가장 많았다.

정년까지 대학에 재직하다 퇴임을 한 교수는 총 5백89명이며 학문분야별로는 인문·사회 2백90명(49.2%), 자연 1백32명(22.4%), 공학 76명(12.9%), 예체능 49명(8.3%) , 의학 37명(6.3%) 이었다. 전체교수비율과 비교해 볼 때 학문적 전통이 오래돼, 원로들이 많은 인문사회계열의 퇴직자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신생학문분야가 많은 이·공학계열의 정년퇴직자는 적었다.

또한 병원 개업, 취업 등으로 교수직 이외에도 전문적인 직업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의학계열도 정년까지 대학에 머무르는 교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발적 퇴직이 정년퇴직의 3배

한편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는 총 82명이었다. 60대가 25명이었으며 40·50대가 52명으로 교수들도 ‘위험한 중년’에서 예외가 아닌 으로 나타났다.

정년으로 대학을 떠나는 교수에 비해 학교를 옮기기 위해 퇴직하는 교수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퇴직자 2천7백49명 가운데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물러난 교수는 5백89명(21.4 %) 뿐이었다. 그러나 대학이동, 의원면직, 창업 등으로 재직하고 있던 대학을 그만둔 교수는 2천1백60명으로 정년퇴직자의 3배가 넘었다.

이 가운데 다른 대학으로 옮기는 등 교수노동 시장 안에서 이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교수 수는 1천6백여명. 창업, 취직, 이민 등 교수노동 시장 밖으로 옮겨가는 교수들은 1백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의학분야 교수들의 개업이 9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집계에서는 계약만료, 임기만료 등이 사유인 교수들도 6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이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단순한 계약기간만료로 재계약하지 못하는 교수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계약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 퇴직자로 분류된 2천47명의 학문분야는 인문사회계열 9백18명(44.8%), 의학계열 5백71명(27.9%), 이·공학계열 3백99명(19.5%), 예체능 계열 1백48명(7.2%)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의 교수들은 대학이동을 위해, 의학계열의 교수들은 의약분업 이후 병원개원이나 보수 등 근무여건이 훨씬 나은 병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퇴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수교수 임용한 대학의 이직률 높아

인문사회계열에서 이처럼 교수들의 이동이 잦은 것은 이학·공학계열에 비해 대학별 서열화가 뚜렷하고, 지방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이 학계에서 느끼는 소외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이직 교수들이 소속된 대학은 인제대가 1백66명(정년퇴직자 포함)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화여대에서도 1백19명(이하 정년퇴직자 제외)의 교수가 그만 뒀다. 다음으로 건양대 89명, 동서대 71명, 대구가톨릭대 64명, 경희대 63명, 아주대 54명, 원광대 52명, 울산대 48명, 한양대 47명순 이었다. 우수한 신임교수 임용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에서 역설적으로 이직하는 교수가 많았고, 과거 발전의 기대가 컸던 대학들에서도 이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충청권보다 영남, 호남 등 서울에서 먼 지역일수록 교수의 자리 이동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교수들 가운데 수도권에 재직하고 있던 교수는 7백22명(35.3%)이었고, 영남 6백37명(31.1%), 호남 3백15명(15.4%), 충청 2백38명(11.6%), 강원 1백29명(6.3%) 순이었다. 이는 지역별 교수재직인원과 비교할 때 영남, 호남 지역은 각각 5.8%, 2.9%가 높고, 수도권과 충청지역은 5.7%, 3.6%가 낮은 수치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5년간 최소한 1천 여명의 교수들이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 이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비 수도권 지역에서 자리 이동한 교수들이 1천3백2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는 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우리신문이 교수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력교수 1백34명 가운데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는 51명인데 반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한 교수는 단 4명뿐이었다.

지방대 교수 1천명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지방 국립대에서도 2백21명의 교수들이 자리를 옮겼다. 교수들의 이동 경향은 국·사립을 불문하고 지방에서 서울이라는 뚜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특정대학들에서 교수 이직이 집중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진미석 소장은 “우수한 신임교수를 뽑는 것과 대학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수한 연구자들이 일단 교수직을 얻고 이후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개인적인 경쟁력을 높이면 이에 맞는 교육과 연구환경, 보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능력에 따른 연봉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았다. 진 소장은 “특히 90년대 초반 눈높이를 낮춰 대학에 자리잡았던 교수들의 자리 이동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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