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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자유 … 세계에 알리는게 목표죠”
“민화는 자유 … 세계에 알리는게 목표죠”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4.02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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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 ‘민화’ 연구하는 정병모 경주대 교수

정병모 교수.
‘민화는 自由다’, ‘민화가 춤을 춘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정통 미술사의 길을 걸어온 현직 교수가 신성한 연구 대상에 이처럼 도발적인 표제를 붙이다니. 더구나 민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담겨진 글이 딱딱한 학술지가 아닌 인터넷 미니홈피에 실린다는 것도 신선하다. 민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고민의 흔적이 배어있는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루 방문객 수는 평균 2백여 명이 넘는다. 

정병모 경주대 교수(문화재학부·사진)는 “민화는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민화는 자유”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초한 민화를 ‘자유로운’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민화는 그림 속의 대상들을 하나하나 분해한 뒤 이들을 새로운 구조 속에서 재편성한 것입니다. 민화 화가들은 대상을 똑같이 그리기 보다는 생각하고 느낀 대로 표현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화는 시각의 세계가 아니라 개념의 세계이고,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상상의 세계입니다.”

민화 속에 펼쳐진 ‘상상의 정원’을 거닐고 있는 그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쁘다. 2005년 10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반갑다 우리 민화展’을 기획했는가 하면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해 유럽까지 민화가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화의 세계화’다.
“파리의 기메박물관에서 열렸던 민화展에 대한 높은 호응도는 우리 민화의 경쟁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본의 우키요에가 외국인들에게 인지도 높은 장르라면, 한국 미술 중에는 민화가 그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화를 세계화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민화에 대한 연구자체가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민화 화가들의 숫자는 현재 4만여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많지만, 민화 공모전에 궁중회화와 민화가 구별 없이 출품되고 있고 채색화라는 범주 안에서도 장르 구분에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명확한 개념 정립부터 필요한 실정이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에서 한국회화를 조사하는 정병모 교수의 모습.

 

정 교수는 “민화를 민족주의적 관점에 치우쳐 감상적으로 판단하다보면 국제사회에서 민화의 가치에 대한 호소력을 잃을 수 있다”며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미술사적 입장에서 민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결성된 한국 민화학회도 이런 배경에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조선왕조 5백년의 끄트머리에 쌓아온 미술의 역사가 민화 속에서 꽃피웠습니다. 민화를 현대화한다는 말이 하루가 멀다않고 나오고 있죠. 현대 속에 살아있는 유일한 전통문화임에 틀림없습니다”라며 확신에 차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는 내용을 보완해   민화 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올해 두권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적 미감과도 잘 부합돼 근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에도 상당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민화. “베트남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민화의 흐름을 살필 겁니다. 한국회화사에서 민화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떤 관계를 맺고 전개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 입니다”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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