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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ns’ Den
Lions’ Den
  • 조영기 경북대 교수
  • 승인 2007.04.02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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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연구실에서의 교수 생활은 녹록치 않다. 별 가치 없는 SCI 논문 쓰랴, 미사여구와 상투어구가 적잖이 눈에 띄는 과제 제안서나 보고서를 작성하랴, 기업체나 연구소의 Project로 학생들과 골머리를 썩이느라 무의미하게 바쁜 일정이 전개되기 십상이다.

최근 몇 년 새 정부의 각 부처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나름대로 특성화된 분야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교수가 관리자로 변신한다. 더구나 틈새시장을 뚫고 들어가야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업의 생존논리가 대학의 산학 협력 프로젝트와 연구 영역에 적용되어 대학의 가치체계에도 상처를 입혔다. 더군다나 과중한 강의 시수와 대부분의 교수가 적어도 한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나 대학의 보직을 맡고 있는 상황, 즉 '전 교수의 간부화' 세태는 정상적인 교육 및 연구의 부실화를 가속화했다.

대학의 연구실은 치열한 작업장이다. 지식 창출의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이다. 지식 브로커나 관리자가 아니라 지식 창출과 교육이 대학 본연의 중요한 미션이 아니겠는가? 교수와 학생이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인재가 되지 않고 단순한 위탁 교육 기관운영이나 관리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석·박사 학생들을 부적절한 세태로부터 보호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일부이다. 오랜 세월, 제자들과의 연구실 생활을 통하여 헛되고 부끄러운 오류를 되풀이해오면서 정리해가고 있는 생각이다. 연구실에서는 주로 책을 읽거나 논문을 쓰거나 실험을 한다. 무엇보다도 제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대학원 입학생의 양과 질에 있어서 지방 국립대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간 80여 명의 석박사 학생들이 연구실을 거쳐나가 대학, 연구소, 기업체에 근무하거나 일부는 중소기업의 CEO가 되기도 하였다. 지도 학생들이 훌륭한 학자나 엔지니어가 되거나 기업을 일으키기를 바라면서 그러한 방향으로 유익하도록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왔다. 학교 근처 술집도 자주 갔었다. 요즈음은 빈도가 떨어졌지만.

연구 활동은 연구실에서 제자들과의 토론을 통하여 주로 이루어지는데 연구실을 졸업하고 대구 인근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제자들과의 많은 공동연구는 필자에게는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리라.

제자들이 어디에 근무하든지 주위사람들에게 유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그들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생활력을 지니게끔 함께 노력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겠는가? 가끔 제자들이나 필자 본인에 대한 좌절감을 느낄 때는 폭음을 했었다. 필자의 연구실은 언제나 정돈되어 있지 않고 지저분하다. 경북대 전체에서도 3위 내에는 진입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 수도 있다.

요즘 교수들의 연구실 명칭은 참으로 다양하다. 적잖이 현란한 작명이 동원된다. 학부사무실로부터 대학원 신입생들을 위한 소개 책자를 만들기 전에 연구실 이름을 새로 제출하라고 요구 받았을 때, 젊은 시절에 격한 운동을 몹시 좋아했던 필자는 이런 작명을 떠올리고는 혼자 피식 웃은 일이 있다. Lions' den! 제자들이 지적으로 씩씩하고 위용 갖추기를 기원해서다.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조영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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