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4:30 (수)
“이젠 떳떳하게 요구하자”…“돈 때문에 학자된 건 아니다”
“이젠 떳떳하게 요구하자”…“돈 때문에 학자된 건 아니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봉격차에 대한 교수들의 다양한 반응
우리신문의 연봉 비교분석 결과에 대한 각 교수단체 대표를 비롯한 교수들의 반응은 ‘충격적’이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대학간 교수연봉 격차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같은 기간을 재직한 교수의 연봉이 3~4천만원까지 벌어진다는 사실에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연봉이 대체로 높게 나타난 대학 교수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급여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갸우뚱했다.

교수연봉은 총액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교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 교수들은 “빠른 시일안에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대학의 곤궁한 살림형편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인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며 난처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사립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국립대 교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가 차단된 것이 가장 큰 이유”

심익섭 사교련 회장(동국대 행정학과) : “그렇지 않아도 박봉인 교수의 급여가 대학간에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다. 자칫 교수사회 내부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연봉격차가 심해진 이유는 교수들이 자신의 문제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털어놓고 대학에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연봉제까지 도입되는 마당에 교수들도 좀 더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 연봉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보 부족이다. 관련 정보를 대학당국이 독점해 쉬쉬하다보니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교수단체들이 협력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요구할 때 대학도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도 자신의 연봉을 좀 더 떳떳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교수가 이런데 강사들 오죽할까”

손동현 성균관대 교수(철학과) :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 교수 연봉의 격차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할지라도 길게 보면 같은 학문에 종사하는 집단의 통합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급여는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학자의 통합성과 연결되는 문제이다. 연봉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면 교수사회의 통합성에 중대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길게 보면 교수의 생산성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교수들이 무턱대고 봉급 더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금물이다. 어찌됐든 교수는 학자의 신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교수가 요구하기 전에 대학이 스스로 다른 대학과의 격차를 줄여가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교수들의 연봉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강사들은 어떻겠는가. 혹여 교수들의 보수를 현실화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강사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이다”

“보수규정부터 정비해야”

류종영 목원대 교수(독어독문학과) : “대학의 재정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교수연봉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을 근무한 교수간에도 현격히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어려운 교육·연구환경에도 후학양성과 연구개발에 임하고 있는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꺾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교수의 대학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한 대학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연봉 격차를 가져오는 주요한 원인이다.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경력산정 방식도 문제다. 급여를 현실화하기 전에 각 대학의 보수 규정을 정비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