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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국립대 법인화法 실익없다
[대학정론]국립대 법인화法 실익없다
  • 박부권 논설위원
  • 승인 2007.04.0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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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정부는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 하였다. 이 법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근대대학의 발전사는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을 기점으로 그 전과 후가 그것이다. 베를린 대학이 설립된 19세기 초부터 2차 대전 전까지는 독일대학이 세계대학의 모델이었다면, 그 이후에는 미국대학이 새로운 대학의 모델로 주목을 받는다.

  베를린 대학을 세운 훔볼트의 대학이념은 학문의 자유와 연구와 교수의 결합이었다. 19세기 말 미국대학들도 다투어 독일대학 모델을 받아드리지만, 사립대학과 주립대학을 막론하고 지배구조만은 외부자 지배라는 기존 전통을 고수한다.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고,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 교육,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온 기존 이사회의 가치가 재확인된 것이다.

 우리의 국립대학에는 이 울타리가 없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이 울타리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의 국립대학은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복종해야 했고, 그들에 대한 저항은 예외 없이 보복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수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대학민주화의 이면이고 대학교수들이 집단 권력화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라고 본다.

  그러므로 예고안의 국립대학 이사회는 국립대학의 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위하여 강력한 보호막이 될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교육부도, 어떠한 정부기구도, 그리고 최고 권력자도 불필요한 간섭을 할 수 없도록 국립대학에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버금가는 제4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고된 특별법은 이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사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한 총장을 교육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 것, 대학의 예·결산을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 그리고 대학 운영계획을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설립하도록 한 점 등은 국립대학의 자율을 훼손하고 국립대학 총장의 권위를 높이는데 장애가 될  뿐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립대학 법인법과 같이 교육연구위원회와 경영협의회를 대학 운영의 두 축으로 한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대학은 오래 전에 양자를 통합한 바 있고, 양자가 복합된 대학 업무가 적지 않고, 더욱이 양자가 학내 권력기관으로 발전하여 서로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중지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박부권 / 논설위원·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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