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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된 지혜 그냥 버리긴 아깝죠"
"축적된 지혜 그냥 버리긴 아깝죠"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3.3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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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2년전 정년퇴임한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정년퇴임하면 서럽죠. 퇴임 이후 3년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때 적응을 잘 못 하면 망가진다나요. 건강도 지켜야 하고요.”

지난 2005년 정년퇴임한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동물학·사진)는 퇴임 이후 오히려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권 교수에게도 정년퇴임의 의미는 남다르다. 못 다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에 정년퇴임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대학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서운함은 여느 원로교수들과 다르지 않다.

‘달팽이 박사’로 통하는 그는 정년퇴임 이후 초등학생용 생물에세이 8권의 출판을 앞두고 있다. “손자들에게 보여줄 책을 쓰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봄부터는 군부대 특강에 나섰다. 현재 3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있고 일간지 기고도 14년째 하고 있다. 밭농사 짓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권 교수는 정년퇴임이후 ‘글방’이라고 부르는 개인 연구실에 항상 머문다. “정년퇴임하고 나니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해야겠다’라는 게 보입디다. 이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뿐이지요.”

정년퇴임 이후 학교의 연구지원이 아쉬운 현실에 대해 묻자 “제자들도 연구비가 모자라 쩔쩔 매는데 무슨 과욕을 부리느냐”고 손사래를 친다. 권 교수는 오히려 제자들을 위해 장학금을 쾌척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가에서 정년퇴임 석학을 소모품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축적된 지혜 중에선 그냥 버리기 아까운 게 많아요”라며 정년퇴임을 맞은 교수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이들이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아깝습니다. 뒷물이 밀면 앞물이 밀려가는 게 맞지만, 국가적으로 좋은 인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쉬워요.”

그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미생물을 일단 잡아놓고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고 한다.

권 교수는 “책 한권을 쓰려면 1백권을 읽어야 한다”면서도 얼마 전 초등학생용 교재를 또 한 권 완성했다. 제2의 인생계획은 ‘쉼 없는’ 글쓰기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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