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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외눈박이들의 코러스
[대학정론] 외눈박이들의 코러스
  • 박영근 편집인
  • 승인 2007.03.27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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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3일 느닷없이 참여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관료들은 한결같이 한·미FTA가 한국경제를 위한 유일한 선택이며, 미래의 번영을 약속하는 경제고속도로이자 열쇠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해가림에 이골이 난 관료들이 문제다. 그들은 FTA를 실제적으로 쥐락펴락해 왔다.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총리 내정자,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보좌진에 배치된 모피아 텃새들은 ‘긴급 상황’을 거들먹거리고 ‘비밀주의’를 내세우면서 자기들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이 청맹과니들은 미국이 한·미FTA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공개해야 하느냐고 딴청을 부렸다. 얼토당토 아니한 선소리이다. 미국협상단은 협상에 대한 정보를 의회와 통상정책협상 자문위원회에게 반드시 제공한다. 신자유주의의 첨병들은 IMF이래로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고착화했다. 오직 국익(?)만을 위해 복무한다는 이 텃새들은 모든 영역을 자신들의 산하에 배치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어리석으며, 국회는 무식-무능하고, 관료체제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벼리로 삼는다.

  대중들을 헷갈리게 하는 데 고수인 이 외눈박이들은 자기들의 든든한 받침목은 ‘오직’ 미국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터득해 왔다. 뿐만이 아니다. 최장집 교수가 자리매김한 ‘신자유주의 엘리트동맹’의 핵심인 그들은 국회, 재계, 거대언론을 후원자로 삼고, 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와의 커넥션을 각별히 유지-관리한다.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이 무지렁이들은 턱 없이 짧은 기간 안에, 제대로 된 연구보고서와 국민의 동의도 없이, 한·미FTA를 부랴부랴 추진했다.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신문의 칼럼에서 “자유무역협정은 윈-윈 게임이라지만 그런 공허한 소리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혼란시대의 미래와 변화하는 세계의 대국을 내다보는 안목”을 주문한 조 교수는 “한국사회는 지금 자유무역협정 신드롬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제원로는 “정부는 이 협정에 전력투구할 것이 아니라, 경제의 기본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미꾸라지국 먹고 용트림하지 말고 팽두이숙(烹頭耳熟)의 순리에 따르라는 말이다.

  만약 힘의 논리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은밀하고 불평등하게 협정이 체결된다면, 한·미FTA는 ‘트로이 목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우볕에 콩 볶아 먹듯이 나랏일을 섣빠르게 처리해서 국민들을 수렁으로 빠뜨려서는 안된다.노적가리에 불 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어서야 되겠는가.

박영근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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