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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신화학강의』 펴낸 안진태 강릉대 교수(독문학)
[저자인터뷰]『신화학강의』 펴낸 안진태 강릉대 교수(독문학)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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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15:24:18
출판불황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붐을 이루고 있는 신화에 대한 열기는 학문적 조망을 동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신화 그 자체에 대한 현대적 재구성이나 재해석이었다. 이 책의 출간은 신화도 이제 ‘학문’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제 전공은 괴테입니다. 괴테의 작품은 거의 신화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작인 ‘파우스트’만 해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과 사건들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서양문학은 전부 신화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안진태 강릉대 교수(독문학)는 지난 98년부터 독일의 신화관련 자료를 모으고 신화의 발상지인 그리스, 로마, 터키 등지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 이 책은 6백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으로, 신화의 이론에서부터 그리스 신화, 천사의 신화, 민담에서 인간과 동물의 신화, 플루토의 점성술적 신화 등을 다루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헤카테 신화를 그리스 로마 신화와 별도로 취급,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헤카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입니다. 그녀에 대한 해석은 아주 다양한데, 인간의 운명적 상황인 ‘세갈래 길의 감시자’로 인간이 당혹스러운 처지에 이르렀을 때 도움을 주는 여신입니다. 갈림길에 처한 인간은 ‘혼돈과 당황’을 하게 되고, ‘결단과 계발’을 해야 합니다. 이 여신은 풍요와 죽음의 역설적인 신이기도 합니다. 하계의 지배자로 어둠의 왕국을 지배하지만, 동시에 곡식과 동물의 양육을 담당하기도 하지요. 유럽도시에서 세 갈래길에는 어김없이 이 여신의 조상이 있습니다.”

헤카테 여신의 경우, 초기에는 부와 승리, 출산, 육아 등 은혜를 베푸는 신이었으나 후에는 하계의 죽음을 몰고 오는 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화가 역사적 변화와 해석상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사례인 셈이다. 안 교수는 “유럽의 한 도시가 이 신을 모실 만큼 중요한 신화임에도 국내의 신화서에는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장은 신화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다루고 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계몽의 변증법’을 다룬 이 장에서 그는 신화에 대해 현대의 사상가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성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하버마스는 신화세계로의 복귀에 반대하지만, ‘계몽의 변증법’의 저자들은 ‘이성의 역설’ 때문에 신화로의 복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이 보여주는 것은 현대의 삶에도 신화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신화는 때때로 사실보다 웅변적”이라며, “우리를 정신적, 과학적 영역 너머로 데리고 간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지난 6월 정치사상학회에서 개최한 ‘신화와 정치’ 학술대회(교수신문, 205호 참조)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신화를 학문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화를 학문으로서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데에는 어려움도 만많치 않다. 그는 우리사회에서 신화가 지나치게 세속화되어 있기 때문에 ‘신화의 정치화’가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북한의 단군 숭배, 박정희의 이순신 신화화 등이 그것으로, 이것을 그는 ‘인위적 신화’라 부른다. 그는 신화의 정치화에서 벗어나 신화 그 자체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신화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화에 대한 종교계의 편향적 시각도 극복돼야할 문제다.

안 교수는 ‘신화학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독자적인 작업이 불가능한 신화연구를 학제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홀대 경향속에서 이런 그의 바램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공업이 발달하면 나라가 부유해지지만, 인문학이 쇠락하면 재난이 닥친다”라고 강조한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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