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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민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김호기 지음, 아르케 刊)
한국의 시민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김호기 지음, 아르케 刊)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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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5 15:16:46
저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이 책의 서문을 ‘참여연대’의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풍경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참여연대는 그가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이고, 서울의 풍경은 그가 이 책에서 화두로 삼고 있는 ‘시민사회’의 은유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을 연구하고 이론화하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그 속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라는 제목은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현실성 없는 전략이 관념적 급진주의에 불과하다면, 해방적 유토피아를 상실한 사회운동은 변화의 열망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시각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중도좌파’쯤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하버마스, 기든스, 투렌느, 푸코 등 ‘비판사회이론가들’의 사유로부터 이론적 자원을 빌어오지만, 그 이론들의 한국적 적실성과 대안적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일관하는 태도는 ‘대화와 토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비판사회이론의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전적인 지지를 표하지는 않는다. 개방적이면서도 문제성을 동시에 검토하는 ‘내적 긴장’을 팽팽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민운동과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도 배어있다. 이런 태도는 ‘모호한 입장표명’이라기 보다, 시각의 유연성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음매 없이 깔끔하게 전개되는 문장들에서 다수 발견되는 ‘완곡어법’도 대화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그의 유연한 시각 때문이리라.

시민사회에 대한 그의 독특한 입론은 ‘비판시민사회론’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시민사회의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적극 고려하고자 하는 패러다임”으로, “서구 시민사회론의 일방적인 수용에 대한 비판”이면서 “시민사회와 NGO의 비판적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시민운동을 통해 바람직한 시민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은 그가 서구이론에 해박한 독자이자, 이론과 현실의 접점에서 부단히 자기갱신을 하고 있는 성실한 학자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회색의 이론’에서 나와 ‘축축한 가슴’으로 써 내려간 2부와 4부의 뛰어난 산문들은 가외의 읽을거리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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