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0:05 (수)
'거침없이 하이킥'…'禁女의 벽' 은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禁女의 벽' 은 없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3.23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학, 학과 '1호 여교수' 3인

‘여성총장 14명(4년제 기준)’ 시대. 女風은 이제 불모지에도 불고 있다. ‘남자들의 세계’로 인식됐던 공학·사회과학 등의 분야에도 여교수의 진출이 크게 늘었다. ‘홍일점’으로 기반을 닦았던 각 대학·학부의 ‘1호’ 여교수를 만나 그들이 겪은 경험담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네트워크 없어 고생 정책관련 학회 만들 터"
지난 1994년 이화여대 경제학과 첫 여교수로 임용된 차은영 교수(46세· 사진). 차 교수는 1990년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자신을 포함해 여성 경제학자가 10명도 채 없었다고 회상한다. 더구나 차 교수가 이화여대 경제학과 1회 졸업생이라 선배도 없었다고.

당시 겪었던 에피소드도 지금은 추억거리다. “강사시절 경제학회에서 발표를 맡은 적이 있어요. 여성 경제학자가 드문데다 제 나이도 어렸는데, 카운터에 책자를 받으러 갔더니 한 노교수가 저를 보고 조교인 줄 아시더군요. 여성 경제학박사가 발표하러 왔으리란 생각을 차마 못 하셨겠죠(웃음).” 차 교수는 “네트워크가 없어 학회활동이나 논문 발표, 연구비 관련 사항을 잘 몰라 처음 교수생활을 시작할 땐 참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화여대의 경우 사회과학부 7개 학과 중 학부생의 3분의 1이 경제학과를 지망한다. 90년대 10여명이었던 여성 경제학자도 이젠 80여명으로 늘었다. 

차 교수는 지난달 제3대 한국여성경제학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회원들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학은 아직도 여성인력 진출이 낙후된 분야에요. 앞으로 학회 내 여성경제정책 포럼에서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다양한 범위의 경제정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박진아 한국정보통신대(이하 ICU) 교수(43세, 공학부·사진)는 ICU의 ‘최초 여교수’다. 2002년 교정을 밟은 지 5년이 지났지만 강의전담 교원을 제외하면 여전히 공학부의 유일한 여교수다. “돌이켜보면 어려웠던 점도 있고 보람도 있었어요. 아직도 공학부에 여교수가 저 혼자라 그 점이 안타깝죠.”

"여학생들 적어 아쉬움 WISE 프로그램 도입"
연차가 지날수록 학부에 남아 있는 여학생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아쉬움이 크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학교 내 경영학부로 전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여학생들에게 좀 더 다가가자는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이화여대에서 도입한 WISE(Women into Science and Engineering)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공학부에 도입한 것도 그래서다. “다행히 학부생 참여가 늘고 있습니다. 여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 스스로 만들어야 하니, 그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2004년 KAIST 기계공학과 1호 여교수가 된 박수경 교수(35세· 사진)는 “학과 차원의 지원을 많이 받았고 과목개설이나 리서치 펀드, 독립 연구에 있어서도 여성교원이라기보다 신임교수 차원에서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밝혔다.

즐거운 기억도 있다. “학생들이 전공과목에서 여선생님의 강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보니 오히려 제 수업에서 안 졸고 집중하더라고요. 때문에 강의평가에서도 신용을 많이 얻었어요(웃음).”

"수업에 집중 잘해 장점... 선배로서 길 닦아야죠"
그러나 여전히 여성 과학자는 많지 않다. 막연한 편견 때문일까, 현실적인 장애 때문일까. 박 교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여성 기계공학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보니 선배들로부터 고생담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선배들이 닦아놓아서 그런지 저희 때만 해도 사회분위기나 인식들이 많이 변했어요. KAIST 기계공학과에도 한 명의 여교수가 더 오셨고요.”

“여성 과학자가 많이 진출해 그 지위가 올라가면 후배들은 격려를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 과에 약 5명의 여교수가 있었는데, 그 때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선배 여성 과학자들이 다져놓은 자리를 통해 후배들이 이득을 얻고, 또 이들이 후배에게 혜택을 주면서 밑으로 흘러가듯 여성 과학 인력이 진출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