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2:30 (금)
[딸깍발이] 테러가 남긴 것들
[딸깍발이] 테러가 남긴 것들
  • 교수신문
  • 승인 2001.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9-25 15:10:22
지난 14일 사이렌 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미국이 이날을 엽기적인 테러로 숨진 사람들을 애도하는 날로 정한 데 따른 조치였지만, 삼풍 사고 때도 국민적 차원의 애도가 없었던 우리에게는 느닷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렌 소리를 숨진 사람들에 대한 애도에 더해 머잖아 닥칠 아랍인들에 대한 진혼곡으로 들은 사람들은 없었을까.

참사 당일 미국은 기록적인 텔레비전 시청율을 기록하였고, 부시를 비롯해서 여론에 힘입은 매파 인사들의 전의를 다지는 발언이 연이어 화면을 장식했다. 그 일이 있은 며칠 뒤 캐나다에 간 후배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어떤 영국 교육기관에서 보낸 9월 13일자 글이 덧붙어 있었다.

글 내용은 사건을 생방송으로 보여주던 CNN에서 아랍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처럼 내보낸 사진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축하 케익을 먹는 화면이 나왔는데, 이 장면은 사실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축하하는 장면이었으며 이런 점을 볼 때 전 세계의 반 아랍 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흑색선전의 의도가 짙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에는 91년도 분 이 장면의 녹화 테잎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 사람이 CNN과 브라질의 TV network 회사에 이 문제가 여론에 대한 범죄임을 지적하는 메일을 보냈다는 글이 덧붙어 있었다. 이 글에 과장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이 사건과 그 이후 지금까지의 전개를 또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으로 희생시킨 테러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데올로기 뿐 아니라 종교적, 문화적 맥락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우리는 테러 이후의 미국 반응과 현재 상황을 보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전에서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습으로 민간인 20여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그 이후 계속된 미국의 경제 봉쇄로 10년 동안 5살 미만 어린이 60만명 이상이 죽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국 산업의 절반 이상이 작던 크던 군수산업과 연관돼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 밖에서 일어난 여러 차례의 전쟁들이 침체된 미국경제의 동력 역할을 했던 것이다.

비행기 테러가 몰고 온 엄청난 파장 때문에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미국의 불타는 복수심에 제동을 거는 소리가 아직도 힘을 싣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보복 공격 또한 또 다른 희생을 낳는다는 점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한 국내의 한 방송 앵커의 멘트는 참 중요한 지적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