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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게놈학의 태동과 21세기 생명과학의 운명
[보도]게놈학의 태동과 21세기 생명과학의 운명
  • 교수신문
  • 승인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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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4 18:53:26
막오른 포스트게놈시대…유전체 기능분석 연구에 집중


10여년간의 인간 유전체 분석 연구(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지난 6월에 완성된 인간 유전자 지도는 생명의 신비를 푸는 단초를 제공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인간의 생노병사에 관련된 생명현상의 비밀을 밝히는 출발점이었을 뿐 완성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로 드러난 DNA 염기서열속에서 각각의 유전자들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를 밝혀내는 일이 곧 생명공학의 앞으로의 임무이자 포스트 게놈연구의 과제이다. 바야흐로 인간 유전체 분석연구는 유전체의 ‘기능분석’ 연구(Functional Genomics)로 옮겨가면서 유전자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생명과학의 현재 조망
유전체 분석 연구에 참여하지 못한 후발 국가들이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유전체의 기능분석 연구이다. 미국과 영국이 분석된 유전자서열을 공개함으로써 지금부터의 투자와 노력으로도 포스트 게놈연구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놈 연구에서 소외된 우리도 포스트 게놈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주최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게놈학의 태동과 21세기 생명과학의 운명’에 관한 워크샵은 이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국내외 생명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대거 참가한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성장과정을 되짚고 막오른 포스트 게놈시대에 유전체 기능 연구의 방향을 점검하면서 관련분야의 연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었다.
총 3부로 진행된 이날 워크샵은 1부에서 유향숙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이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유전체 기능 연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황승용 한양대 교수(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와 한종훈 포항공대 교수(화학과)가 유전자 기능연구를 급진전시키고 있는 유전자칩(DNA Chip)에 관한 내용을 각각 발표했다. 3부에서는 서정선 서울대 교수(의학과)가 게놈연구가 의학에 미칠 영향을 조망한 ‘인간 게놈프로젝트와 미래의학’에 관한 내용을, 백융기 연세대 교수(생화학과)가 유전체 기능분석의 핵심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프런티어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유향숙 단장은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유전체 기능연구의 방향과 대응전략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유 단장은 10만개에 이르는 유전체의 기능을 모두 밝혀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서만 특히 많은 변이를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들의 기능을 규명하는 틈새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단장의 지적에서 보듯 정부차원의 유전체 기능연구 사업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위암과 간암에 관련된 신규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 기능을 연구하는데 맞춰지고 있다.
반면 황승용 한양대 교수의 ‘유전자칩을 이용한 게놈분석’에 관한 발표는 유전체 기능연구를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는 유전자칩의 현황과 그 파급효과를 짚어본 것이었다. 유전자칩은 기계 자동화와 전자제어 기술을 이용해 적게는 수 백 개에서 많게는 수 십 만개의 DNA를 아주 작은 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는 과정을 검색하는 기구이다. 이를 통해 유전자의 기능연구가 빠른 시간안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황 교수는 “유전자칩은 게놈차원의 유전자 발현의 청사진을 제공함으로써 과학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생명의 신비를 해석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유전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생물정보학’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 시대로
이날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백융기 연세대 교수의 ‘프로테오믹스의 새로운 경향’에 관한 발표였다.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프로테오믹스란 단백질체(Proteome)를 연구하는 방법과 기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발현과 변형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해 세포내 변형과정과 네트워크 형성을 질병의 진행과정과 연계시켜 이해하는 유전자의 세포 내 기능연구분야라 할 수 있다. 이는 유전자의 기능연구를 한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백 교수는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진다 해도 그 정보만으로 기능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단백질의 발현과 변형, 다른 단백질과의 합성 등 생리적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면서 “프로테오믹스는 유전체의 구조와 세포내 행동간의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게놈의 다이나믹한 연구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간 유전체의 기능연구의 진전은 결국 의학의 혁명으로 귀결될 것이다. 서정선 서울대 교수는 “불치병은 결국 정보의 빈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근대의 치료의학은 21세기에는 아마도 정보의학과 예측의학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퇴장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안길찬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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