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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인간
경제학과 인간
  • 교수신문
  • 승인 2007.03.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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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을 왜 배우는가? 경제학을 왜 연구하는가? 경제학 첫 강의를 여는 고정된 멘트이다. 교과서적인 정답은 경제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으며, 변화무상한 미래의 경제현상을 예측하는 능력을 얻기 위함이다. 물론 완전무결한 이론체계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평균적으로 대수의 법칙에 따라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기대할 뿐이다.

이론은 ‘ceteris-paribus(가정)’라는 변수의 축약을 거쳐 언어체계와 논리체계라는 추상화로 엮어지는 인과관계의 축소지도이다. ‘축약과 추상화라는 이론의 한계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모든 과학의 근본적인 문제일 듯하다. 더욱이 경제학의 경우에는 ‘경제행위의 주체인 인간이 합리적이며, 또한 이기적이다’라는 정형화된 가정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합리적이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에게는 이타적인 신성과 인간적인 느낌과 감정 그리고 동물적인 객기와 일탈적 요소가 전혀 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동물학적 인간관과 프로이드 심리학의 무의식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과학적 주장들은 무엇인가? 경제학이나 경제이론을 통해 우리사회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효율성과 공평성, 즉 풍요롭고 정의로운 사회,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안내지도를 얻고자 함이 아닌가. 인간이 합리적 이기주의자라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의해 사적이익이 공적이익으로 연결되어야 하지 않는가. 공리주의든, 자유주의든, 평등주의든, 존 롤즈주의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길도우미(내비게이션)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 않는가.

모든 학문이 다 그렇겠지만 주관성의 문제, 언어의 한계, 논리체계의 한계, 그리고 축약이나 추상의 문제들이 어떤 학문을 접근하는 방법론의 패러다임을 결정하는 본질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거의 논의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가치판단의 문제인 철학적 논의와 철학적 고뇌로부터 해방되어 있는 듯하다.

경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이고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적 문제이며 어떤 인간과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만족과 행복이라는 개념은 과학적 요소가 아닌 문화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념이며, 건강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라는 이상향도 문화적 요소가 그 질과 깊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와 경제학을 논하고 가르치면서 우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본질과 인간과 사회의 존재의미, 그리고 인류사회의 역사성과 목표지향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번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의 이론체계는 수학적 논리로 체계화할 수 있는 가정과 개념의 정의에서 출발하고 있고, 분석적이며 기계적인 관점에서 현실경제를 조망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사회는 수학적 틀을 벗어난 느낌과 감정, 일탈과 왜곡,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가 지배하는 혼돈 속의 질서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과학의 여왕인 경제학은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필요로 하며 모든 학문분야의 통합과 융합을 통해서 본질적 의의를 획득하고 현실적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보화사회가 제공하는 학제간의 융합과 통합의 패러다임이 경제학의 본질적 한계를 뛰어넘는 뜀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남호 /원광대·재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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