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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우수 필진 확보에 미래 달려" 한목소리
대학출판부 "우수 필진 확보에 미래 달려" 한목소리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3.10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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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트렌드_ 위기의식 벗고 차별화 전략 다지기

이화여대출판부의 모습. 1949년 출판부를 설립한 이후 1954년 첫 단행본을 포함해 현재까지 출판된 책들이 전시돼 있다. 이화여대 출판부는 오는 2009년 6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다.
대학출판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대학출판부협회에 소속된 73개 대학출판부 가운데 매년 10여종의 도서를 출간하는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학술도서 출판도 상업출판사에 밀리는 상황에서 일부 대학출판부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획·운영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출판부가 안고 있는 고민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상업출판사에 비해 기획·마케팅 기술이 떨어진다는 점은 우선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 대학출판부 관계자는 “그동안 위에서 만들라는 책만 만들었기 때문에 기획 및 필진 섭외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출판의 특성상 중·장기 프로젝트가 많은데도 출판부장(대부분 교수)의 임기가 평균 2년이라 일관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출판부에도 기획·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실제 외부인사를 영입한 사례는 드물다. 박방배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사무국장은 “서울 소재 대학에서 일반출판사로부터 인재를 영입한 사례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출판부도 대학 기관이다보니 외부 영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내 교수들은 자신의 저서를 대학출판부가 아닌 상업출판사에서 주로 출간한다. 우수한 필진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학출판부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독립브랜드, 차별화된 기획으로 ‘변신’

이와 관련, 몇몇 대학출판부는 독립브랜드를 통한 ‘새로운 이미지 얻기’에 나섰다. 이들은 대학출판부가 갖고 있는 ‘학술도서만 출판하는 곳’이란 고정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독립브랜드를 내세워 일반 교양도서 출판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는 2004년부터 ‘지식의 날개’로 연간 10여종의 일반 교양도서를, 2006년 ‘에피스테메’로 대중교재를 출간하고 있다. 이 시도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둬 출판부 연 매출액은 1백50억원에 달한다. 이화여대 출판부 역시 2004년 ‘글빛’으로 10여종의 일반 교양도서를 출판했다.

영남대 출판부는 교내 도서브랜드 공모전을 거쳐 지난해 ‘知&智’라는 이름으로 5종을 출판했다. 편집·기획팀 관계자는 “고급 교양도서를 내놓으려다 보니 대학출판부란 명칭이 너무 무거워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이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학출판부에 변화가 일면서 적극적이고 차별화된 기획·마케팅으로 내실을 쌓는 출판부가 늘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는 미국 워싱턴대 출판부(이하 UWP)와 공동출판 및 판매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7월 서울대 출판부의 영문도서를 해외 보급망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권영자 출판기획과장은 “서울대 교수들의 연구업적을 국제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출판부는 10년 전 순환 보직제를 폐지, 출판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홍보·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마케팅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도입했다. 김혜련 총괄팀장은 “일반 출판사처럼 마케팅을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서점의 경우, 전국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거래처를 대폭 정리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출판부는 “유학서 출판에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신철호 편집장은 “다른 학술출판사가 유학서를 개별아이템으로 접근한다면 성균관대 출판부는 유교사상에 대한 총서를 출판하는 등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접근한다”고 강조했다. 신 편집장은 “마케팅도 최근 출간기념회,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상업출판사와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 관심 필요…필진 확보전략 개발해야

대학출판부가 적극적인 경영을 통해 추구하는 점은 무엇보다 우수한 필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수들의 관심을 대학출판부로 돌리기 위해 저술지원비를 대폭 확충하거나 교수들이 출판부에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 먼저 출판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서울대 출판부는 UWP와 공동출판을 위해 교내 교수를 상대로 영문저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간 5권을 목표로 한 책 당 7백여만원의 지원비가 돌아간다. 첫 사업을 시작하는 올해는 한국학 분야에 대한 영역작업에도 지원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는 ‘고등교육의 대중화, 평생교육’ 이념에 따라 교재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김정규 기획팀장은 “교재 개발시 저자가 원고를 써오면 박사급 2명이 내용을 보강하고, 5년마다 이뤄지는 교재개편 때 학생의 모니터링 결과를 교수에게 보고한다”고 밝혔다. 김 기획팀장은 “교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방송통신대 출판부 교재가 전국 2백여개 대학에서 채택됐고, 필진 역시 학내 교수를 넘어 전국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출판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출판부가 연합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공동출판, 인쇄지 공동구매 등으로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박방배 한국대학출판부협회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타당성은 있지만 같은 주제를 놓고서도 공동출판하는 대학마다 초점을 맞추는 기준이 다를 것”이라며 “공동출판을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지난해 한·중·일 대학출판부협회 국제세미나에서도 동양사회의 이해에 관한 책을 공동집필하자는 말이 있었지만, 역사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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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2007-03-16 18:43:01
대학출판부는 학술연구지를 위주로 공익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야 하지 상업출판사를 따라 변화한다고 하면 과연 출판사를 하고 있는 업체는 망하라는 말인가? 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