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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더 지원하고 학생 부담 줄여야"
"정부는 더 지원하고 학생 부담 줄여야"
  • 박정원 상지대 교수
  • 승인 2007.02.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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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등록금 예고제, 근본 대안이 될 수 있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월 7일 발표한 ‘2007년 주요업무계획’ 가운데 “대학이 입시요강을 통해 등록금 인상률을 미리 알려주는 등록금예고제를 도입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 재학 중 부담해야 할 예상 등록금 액수를 미리 알리고 있는 대학들이 일본이나 구미에는 많다. 일부대학은 친절하게도 경쟁대학의 등록금과 비교도 해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개나리투쟁으로 봄철만 되면 대학가가 시끄러운데 등록금 예고제를 실시하면 정말 좋겠다. 학생입장에서는 등록금 액수를 미리 알고 들어오니까 바가지 쓰지 않아서 좋겠고, 대학 측도 등록금문제로 매년 학생들과 싸우지 않아서 좋겠다. 사제지간에 돈 문제로 다투는 것보다 한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등록금을 많이 올릴 대학을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되니까 자동으로 인상폭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모처럼 좋은 구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등록금예고제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어서 각 대학이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우선 운용면에서 볼 때, 인상률을 미리 고지했는데 후에 물가가 크게 오르거나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각 대학이 등록금수준을 예고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가격경쟁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인기 있는 대학과 전공은 값을 올려 받고, 안 팔리는 대학과 전공은 인하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기초학문 등 비인기 분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학벌사회와 관련된 문제도 있다. 학벌을 중심으로 대학이 철저히 서열화된 나라에서 학생(학부모)이 등록금을 보고 대학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환경이 존속하는 한, 등록금수준이 대학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는가. 따라서 일부 명문대 등은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대학에는 경제적 능력이 큰 계층 출신들만 입학하게 될 것이며 저소득층 자녀들은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소득계층에 따른 대학선택의 차별화를 초래할 수 있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교육부총리가 결정해야 한다. 외국의 예를 들어서 안됐지만, 미국의 주립대학은 대개 주지사나 주의회가 등록금을 결정한다. 주민들의 교육권에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각 대학에 자율권을 주지 않는다.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연방의회에서 규제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징금까지 부과한다. 등록금예고제의 ‘도입 요구’를  ‘주요 업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등록금문제에 관하여 교육부가 더 큰 권한을 갖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등록금문제는 미봉적인 갈등예방 차원보다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인상률 규제나 예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작년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생1인당 교육비(2003년 기준)는 7천89불이다. 이 액수는 회원국 평균 1만1천2백54불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미국(2만4천74불)이나 스위스(2만5천9백90불)에 견주지 못할 수준이다. 그나마 이 액수 가운데 정부의 지원은 23.2%에 불과하다(OECD 평균 76.4%).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학생은 미국?호주?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의 초등학생 1인당교육비보다 작은 예산으로 공부하고 있다. 생산성면에서 단연 세계최고라고 자랑할 것인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등록금반액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길 원한다면 교육비를 무조건 낮추어서 될 일은 아닌 듯 싶다. 교육비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야 한다. 물론 등록금인상이 아니라 GDP대비 0.6%에 불과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지원액을 회원국 평균인 1.3%까지 올리는 방법으로 늘려야 한다.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하는 대신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 후 돈을 벌어 스스로 갚게 하는 제도, 등록금 후불제가 최선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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