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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너지 방출현상 조명으로 블랙홀 신비 접근
고에너지 방출현상 조명으로 블랙홀 신비 접근
  • 교수신문
  • 승인 2001.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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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4 10:32:16
이창환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예측된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는 블랙홀은 천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조차 한동안 허구로 받아들여졌다. 블랙홀의 존재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엑스선 관측 위성의 활동과 더불어 중성자별(밀도가 1015g/cm3정도인별)의 존재가 확인된 이후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두 번의 노벨 물리학상이 이러한 고밀도별의 연구에 수여되었다는 사실이 이 분야의 중요성 및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백색왜성(밀도가 107g/cm3정도인 별)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질량이 태양의 1.4배를 넘을 수 없다는 이론을 내세워, 태양의 1.4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별은 궁극적으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예측한 공로로 1983년 찬드라세카에게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됐고, 1993년 헐스와 테일러는 중성자별 쌍성의 발견으로 중력파의 존재를 검증함으로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연구 동향에 맞추어 고등과학원은 ‘블랙홀’을 주제로 제2차 천체물리학회를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은하들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 블랙홀이나 태양의 수배의 질량을 가진 상대적으로 작은 블랙홀 주위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방출 현상의 관측 결과와 이 관측들의 이론적 규명에 초점을 두었다.

세계적 전문가 대거 참여 성황

최근 들어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몇몇 국내의 학자들에 의해 세계적 수준의 블랙홀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이번 학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블랙홀 연구의 전문가인 칼텍 대학의 블랜포드 교수, 존스 홉킨스 대학의 비시냑 교수 및 크롤릭 교수 등 17분의 외국 학자들을 초청, 그들의 강연을 듣고 국내 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해 앞으로 더 활발한 국제 학술 교류의 발판을 다지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번 학회는 크게 ‘블랙홀의 관측’, ‘블랙홀 주위 원반에서의 고에너지 방출’, ‘회전하는 블랙홀로부터의 에너지 추출’, ‘블랙홀 회전축으로의 제트형성 과정’, ‘초신성 폭발과 하이퍼노바 폭발’, ‘블랙홀의 형성 과정’등 6개의 세부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다. 비록 세부 주제별로 나누어 진행되긴 했지만, 블랙홀 주위에서의 고에너지 방출 현상은 위 세부주제들의 복합적 현상이므로, 궁극적으로 각 주제별 발표 논문들의 이해를 통하여 블랙홀의 신비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학회에서도 발표 논문들을 엮어 논문집을 발간함으로서 특히 새로운 젊은 연구진들에게 국제적인 블랙홀 연구 결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은 큰 성과였다.

지난 20세기의 블랙홀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 위성 및 전자 장비의 기술에 힘입어 21세기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블랙홀은 주로 블랙홀로 유입되는 물질에서 방출되는 엑스선에 의해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는데, 이때 유입되는 물질은 블랙홀을 싸고 있는 가스 원반이나 주위의 별들에서 흘러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엑스선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인공위성 탑재 망원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허블 우주 망원경을 비롯한 많은 인공 위성 탑재 망원경들이 보다 먼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기 위해 활동 중에 있으며, 특히 광학분야의 허블 천체 망원경과 더불어 X-선 관측 위성인 찬드라는 미국 NASA의 대표적인 위성 관측사업의 일환으로 1999년부터 활동 중에 있다. 인공위성 찬드라는 1983년 고밀도 천체(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을 통칭)의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찬드라세카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최근 찬드라에 의해 젊은 은하들의 중심에 태양의 10억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초거대 블랙홀이 많이 분포함이 밝혀져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새로운 이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초기 은하들의 존재는 허블 망원경에 의해 이미 그 존재가 밝혀져 왔다.) 기존의 이론에 따르면 은하내부의 별들이 모여서 블랙홀을 형성하므로 초기 우주로 갈수록 은하 중심부 블랙홀의 질량이 작아져야만 된다. 참고로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의 백만 배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찬드라에 의해 기존의 장비로 관측이 불가능했던 성단들 내부의 X-선 방출 블랙홀 천체들이 관측됨에 따라 블랙홀의 형성과 진화 연구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빅뱅이후 우주폭발현상의 진실

이와 병행하여 블랙홀과 관련된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는 블랙홀이 과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얼마나 짧은 시간동안 방출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연구는 최근 감마선 폭발현상이나 하이퍼노바 폭발현상의 증거들이 많이 나타남에 따라 그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감마선 폭발현상은 우주 공간에서 태양의 질량을 전부 감마선으로 바꾼 것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수십초의 짧은 시간에 내놓는 현상으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지만, 거대한 에너지의 저장체인 블랙홀이 가장 강력한 후보이다. 하이퍼노바는 초신성 폭발 때보다 10여 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 폭발현상으로, 감마선 폭발현상과 맞먹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폭발 때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 또한 블랙홀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남아 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블랙홀이지만, 블랙홀이 자기장을 가지고 빠르게 돌고 있는 경우에는 그 회전에너지의 일부를 강력한 에너지로 방출할 수 있음이 이론적으로 밝혀져, 빅뱅이후 우주의 최대 폭발 현상이 아이러니칼하게도 블랙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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