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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육종기술에 후진성 면치 못하는 토종 보전
세계적 육종기술에 후진성 면치 못하는 토종 보전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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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4 10:24:09
 
토종이 이땅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자주감자, 아주까리, 쥐눈이콩, 호밀, 기장, 조, 검정깨, 수수 등의 이름은 이제 어른들의 추억속에서나, 식물도감에서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농업정책이 주식을 해결하기 위한 식량증산에 치우치면서 토종식물들은 가난과 함께 우리곁을 떠나고 있다. 게다가 밀려드는 외국의 농산물과 유전자변형식물의 출현은 토종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국내 종묘회사들도 IMF를 맞으면서 지분이 외국의 종묘회사로 넘어가면서 국내 종묘시장은 외국회사의 각축장으로 변해 버렸다.

 
식물자원의 분석과 이를 이용한 육종기술로만 보자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데 정작 육종에 필수적인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종류가 많지 않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현재 미국에만 우리나라에서 유출된 토종종자 3백15종 6천60점이 보존돼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3천8백여점이 콩이다. 이들 토종 콩 종자의 유전자원을 이용해 미국은 신품종을 개발해 냈고, 현재 세계 콩의 60%를 생산하는 세계 제일의 콩 수출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외화를 낭비하며 토종 유전자원을 역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토착식물을 보호육성하는 것은 신토불이의 먹거리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단순한 목적을 넘어선다. 식물의 유전자원은 대부분 종자를 통해 확보하고, 다양한 유전형질은 특히 토종식물에서 많이 발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전자원 기술의 발달로 생물산업이 중시되면서 토종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토착식물의 종자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해 보전하는 ‘종자은행’.

국내보유종자 종 다양성 부실

식물로 국한해 본다면 종자은행은 크게 재배작물, 잡초와 들풀과 관련된 초본식물, 나무와 관련된 목본식물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중 현재 재배작물의 종자를 수집·보존하는 일은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에서 맡고 있다. 그러나 재배작물의 수가 방대하고, 종자를 수집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개 기술원이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목본식물의 종자보존은 올해 5월말에 개관한 광릉수목원내 산림생물표본관에서 맡았다. 초본식물의 경우 국가가 설치한 종자은행이 전무한 가운데, 고려대의 ‘야생초본식물 종자은행’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정태영 성균관대 교수(생명공학부)가 지난달 30일 한국감자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현재 농촌진흥청 종자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자자원은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양은 많지만 종의 다양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유 유전자원 중 식량작물이 76.2%, 특용작물과 원예작물은 11.9%와 9.4%에 불과하다. 결국 종자은행을 운영하긴 하지만 보존가치가 낮은 자원이 주로 수집되고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국내 토착 종자관리의 단면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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