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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제연봉제] 교수 계약제,연봉제 공청회
[계약제연봉제] 교수 계약제,연봉제 공청회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0.1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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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도입 불가피” 對 “악용수단·전면 재검토”

지난해 법개정으로 공식화되긴 했지만 계약제임용과 연봉제는 여전히 교수사회의 뜨거운 화두임에 틀림없다. 어찌됐든 두 제도는 학자로서 교수의 ‘신분’과 직업인으로서 교수의 ‘위치’를 지금까지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면서 교수사회에 파장을 불러 올 것이 분명하다. 현실에 비춰 이 경쟁기제가 과연 교육부의 희망대로 교수사회를 일깨우는 채찍으로 작동할 것인지, 아니면 교수들의 우려대로 교수의 신분을 더욱 옥죄는 통제수단으로 변질될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법개정을 통해 공식화되기는 했지만, 두 제도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 그 실체는 아직 묘연하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가 두 제도의 시행을 위한 수순밟기를 시작해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일 영남대에서 열린 ‘교수 계약제임용 및 연봉제 시행에 관한 공청회’는 바로 그 출발점 이었다.

교육부, 시행방안 마련 착수
이날 공청회는 김병주 영남대 교수(교육학과), 나민주 충북대 교수(교육학과), 김재춘 영남대 교수(교육학과)가 정책연구안을 발표하고, 교수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갑작스런 제도 도입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계약제, 부작용 차단장치 마련 후 도입 : 먼저 현행 기간제임용(재임용제)을 대체할 계약제임용에 대해 연구진은 임용권자의 재량권 남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학이 재계약을 거부할 때에는 분명한 이유를 밝혀 교수에게 2개월 전에 통보하도록 하고, 교수에게도 이의신청과 재심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구제절차를 법적으로 강구한 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년보장 비율 축소 : 연구진은 교수의 정년보장에 대해 지금과 같이 정교수와 부교수를 대상으로 하되 그 비율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상대평가로 매년 정년이 보장된 교수를 제외한 교수정원의 60% 이내의 교수에게만 정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년보장심사위원회는 다른 학문분야 교수는 물론, 타 대학 교수도 1/3이상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봉제, 성과급형으로 진행 : 관심의 초점이 돼온 연봉제에 대해 연구진은 일반 기업식의 완전한 연봉제가 아닌 누적형(기본연봉)과 비누적형(성과연봉)을 절충한 ‘성과급형 연봉제’를 제안했다. 현재의 직급과 호봉체계를 유지하는 기본연봉과 업적평가결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을 혼합한 형태로 교수의 급여지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 이는 곧 ‘제로 섬’ 방식이 아닌 ‘플러스 섬’ 방식의 연봉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도입 초기에는 성과연봉의 비율을 5~10% 수준에서 적용하다가 정착단계에 이르면 그 비율을 점차 늘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성과연봉은 등급을 5단계로 구분해 지급하고 등급별 지급액은 10~40%까지 차이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수들의 반응 : 하지만 이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은 완강했다. 비록 법 개정으로 두 제도의 도입이 기정사실화 됐다하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두 제도의 도입은 교수의 신분을 위협하는 악용의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이 요지이다. 계약제에 대한 교수들의 지적은 이 제도가 재임용제의 폐단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교수의 신분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지난달 31일 국교협, 사교련, 민교협 등 교수 3단체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교수재임용제에서 계약제로 : 무엇이 문제인가’에 관한 토론회에서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과)는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기간제임용이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신분보장제로 운영돼온 것과 달리 계약제임용은 원칙적으로 재임용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이다. 그간 재임용탈락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인데 반해, 계약제임용은 재계약 거부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크고, 교수들에게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등 악용수단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도입에 앞서 여건부터 조성하라”
교수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두 제도가 ‘현실’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교수에게서만 찾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공청회 당일 토론자로 나선 김기섭 부산대 교수(사학과)는 “지역간, 대학간 교수들의 급여와 복지수준이 불균형한 형편에, 연구여건과 교육환경이 부박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교수들만 들볶는다고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될 리 만무하다”면서 “진정 경쟁력 강화를 원한다면 교수가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부터 마련하라”고 질타했다.
이번에 김병주 교수팀이 밝힌 연구안은 물론 교육부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육부와 조율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상당부분이 채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육부는 김 교수 팀의 연구를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계약제와 연봉제의 실행방안을 만들어, 교육공무원임용령과 공무원 보수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수단체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두 제도가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교수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교수노조 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교협은 이미 추진기획단을 꾸리는 등 교수노조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행 1년여를 앞두고 계약제임용과 연봉제를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안길찬 기자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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